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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12일 긴급 재정경제명령 제16호를 발동, '금융실명제 및 비밀보장을 위한 법률'실시를 전격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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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해용 기자 =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파문이 차명거래를 원천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개정안 통과에 디딤돌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은 고객정보가 무차별 유출된 상황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2012년 11월 김기준 의원(민주당) 등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은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 작년 12월까지 6차례나 발의됐다.
1년이 조금 넘는 동안 무려 52명의 의원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을 제외해도 51명의 현역 의원들이 개정안에 적극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거래에서 본인이 아닌 차명거래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도록 했지만 금융거래를 하는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이런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지인 등의 명의를 빌려 거래하는 것도 금융소비자에게는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차명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같은 허용이 각종 불법·부당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병두 의원 등 14명의 의원들은 작년 7월 발의안 법안 제안이유에서 "타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한 금융거래는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조세포탈, 범죄수익의 은닉, 주가조작을 통한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요즘 들어 중소기업체 대표나 자산가 등 소위 VIP들이 은행에 와서 공개적으로 차명거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처벌을 받지 않으니 별다른 범죄의식도 없이 이같은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실적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국회 많은 의원들이 차명이나 도용 등의 문제에 대해 실명제 강화방안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명의 도용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명제법 규제와 처벌 강화가 될 경우 이중적인 차단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업권에서는 실명거래의무 강화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명거래 의무가 고객에게도 부과되면 차명거래를 한 금융사 직원뿐 아니라 고객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금융사와 고객 모두 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계좌를 개설할 때는 그 계좌가 차후에 어떻게 사용될 지 모르는 상태다. 계좌를 세금탈세나 증여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은행 직원들이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크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입장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차명거래인지 여부를 금융위에서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자칫 차명거래에 따른 책임이 금융위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태다.
실제 대다수의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위가 과징금의 부과와 과징금을 내지 않았을 때 이행강제금 부과를 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차명거래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차명거래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