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망상장애’가 부른 비극… 망상장애 의증이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926846

글자크기

닫기

이승환 기자

승인 : 2014. 01. 20. 06:25

*자신만들의 울타리에 사는 환자들… 전문가들 “격리나 약물 치료해야 치유 가능”
조 모씨(35·여)는 교사로서 친절했다. 제자인 유 모씨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믿었다. ‘망상장애 의증’은 결국 비극을 불렀다

5년 전 충북 음성군의 한 고등학교를 다녔던 유씨는 따듯한 성품의 진로교사 조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조씨에게 편지를 쓰는 등 애정 표현을 했지만 조씨는 스승과 제자 관계라며 선을 그었다.

이때부터 유씨는 조씨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집착 증세를 보였다. 조씨가 유씨 부모와의 상담에서 이에 대해 말하자 유씨는 분노했다. 2011년 2월 조씨 집에 무단 침입, 강간을 시도하다 자책감 때문에 포기했다.

같은 해 유씨는 3개월 간 정신과 치료를 받고 미국으로 유학 갔지만 집착은 여전했다. 조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유씨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죽이고 싶다”는 내용의 협박성 메일을 400여 차례에 걸쳐 보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학을 휴학하고 귀국해 인터넷을 통해 조씨의 직장을 알아냈다. 서울 강남구 소재의 직장 앞에서 조씨를 만나 사귀자고 했지만 조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조씨를 찌르고 폭행해 살해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씨와 연인관계였다”고 허위진술하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유씨가 전형적인 망상장애 환자라고 진단한다. 

망상장애 의증이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전혀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증세다. 상대가 거절해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거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 거라는 피해 망상에 시달린다. 과도한 집착이나 분노, 극심한 불안 등을 느낀다. 정신과 환자 중 2~8%가 이 증세를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망상장애는 유전적 요인이나 자라온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 대부분은 성장과정에서 애정을 지나치게 받았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등 극단으로 나뉜다. 유씨가 ‘따뜻하게 대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 것을 보면 그가 평소 애정 결핍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망상장애 의증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 달리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특정 대상 등에 대해 판단력이 결여돼 통제가 어렵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심각한 폭력성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범희 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내외 흉악범 중에 망상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며 “유씨의 경우 가족들은 치료 보다는 사회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망상장애는 장기간 격리나 약물치료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