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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임 도박 12년, 규제 칼날 더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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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기자

승인 : 2013. 07. 23. 06:50

** 자정(自淨) 의지 없는 NHN, 규제개혁위 등에 업고 자율개정안 등 꼼수...문화부, 게임협회에 쩔쩔
아시아투데이 네이버 특별취재반 남궁민관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1일 입법예고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다음달 1일 마치고 시행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선다. 

이번 개정안은 NHN 한게임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고스톱, 포커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개정안은 △한 달 게임머니 구입한도 30만원 제한 △회당 베팅금액 1만원 제한 △하루 10만원의 게임머니를 잃을 경우 48시간 접속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부와 인터넷 도박 추방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10년 넘게 끌어온 한게임 도박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게임협회)와 NHN 등 게임업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번에도 한게임 도박 규제가 공중분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의지 없는 게임업체에 행정지침도 ‘무기력’

이용자들의 파산과 가정파탄 등을 일으키는 한게임 도박 피해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08년 언론을 통해 인터넷 도박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웹보드 게임 불법 도박 추정액은 무려 13조3000억원에 이른다.

문화부 관계자는 한게임 도박 방지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제성을 갖는 법 제정은 모든 방법을 써보고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 “문화부가 도박 피해 방지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할 때마다 게임업체들이 앞장 서 동의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박방지를 맡겨왔다”고 했다. 


문화부는 2008년 게임의 사행화 방지를 위해 행정지도를 내렸다. 또 2011년 7월 2차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게임 불법 환전상과 도박 피해자는 줄지 않았다. 심지어 2011년 2월 NHN 자회사 지플러스 직원 4명이 짱구방(짜고 치는 사기게임)에 가담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사기게임을 주도한 박모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한게임 등 도박 피해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혀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게임업체들의 자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시행령을 마련했는데 이를 지나친 규제라고 항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박 제재가 규제? 규개위에 막힌 칼날

결국 문화부는 지난해 10월 25일 ‘고스톱 및 포커류(고포류) 게임의 사행적 운영금지 지침’을 내놓았다. 이어 11월 28일 문화부는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 조장행위에 대한 시정권고 기준’ 안건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한게임 도박 방지를 법으로 제재하기 위해 나섰다.

게임업체의 진정성 없는 태도와 문화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각계의 비판 끝에 꺼내 든 칼날이다. 

하지만 이 시정권고 기준안은 지난 2월 28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막혀 철회됐다. 규개위는 “시정권고 기준에 대한 상위법령의 명백한 위임이 없기 때문에 동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형식상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화부의 판단은 다르다. 게임법 28조는 게임사업자가 게임물을 이용해 사행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38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부 장관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개위의 황당한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게임협회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NHN의 입김과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문화부의 규제안이 알려지자 이를 막기 위해 게임업체들은 게임협회 차원에서 의견서를 보내는 등 직·간접적으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민단체, 언론 등이 규개위 측에 철회 결정 회의의 속기록 공개를 요청하자 속기를 하지 않았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해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규개위는 “세부적인 속기록 작성여부는 위원회의 성격, 작성 필요성, 인력 등을 감안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규제개혁위원회 회의 속기록 요청에 대한 답변

◇진정성 없는 자율규제… 게임업체 ‘꼼수’

문화부가 다시 규제안을 검토하던 지난 5월 31일 게임협회는 기습적으로 웹보드 게임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규개위 철회 후 지난 3월부터 게임협회와 논의된 자율규제안은 베팅한도에 대한 입장 조율로 몇 개월을 끌어왔다”며 “게임협회가 상의도 채 되지 않은 자율규제안을 선수쳐 발표한 것은 문화부의 힘을 빼고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율규제안의 주요 골자는 △하루 이용시간 5시간으로 축소 △맞포커 폐지 및 랜덤매칭 방식 도입 △자율감독기구 발족 등이다. 특히 게임협회 측은 머니거래의 통로가 돼온 맞포커를 폐지하고 랜덤매칭 방식을 도입해 불법 환전을 근절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부는 게임협회 측 방안은 불법 환전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늦은 새벽 등 이용자가 없는 시간대에는 랜덤매칭을 통해서도 충분히 1대1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환전을 막기 위해서는 회당 베팅금액 제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회당 베팅금액이 1만원으로 제한돼도 한 달 이용 가능 게임머니 30만원은 충분히 다 쓸 수 있어 합법적 수익은 줄지 않는다”며 “게임업체 스스로 한 달 이용 가능 게임머니 제한과 랜덤매칭은 인정하면서 회당 베팅금액 제한을 반대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남궁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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