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이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내달 1일 열리는 결심공판에 출석하게 될 전망이다.
당초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김 회장의 결심공판은 갑작스레 김 회장과 관련된 부동산 감정 기일이 잡힘에 따라 내달 1일로 연기됐다. 11일 공판에서는 김 회장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인멸을 시도한 한화 직원 5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김 회장 측은 “김 회장이 건강악화 때문에 정상적으로 형사재판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며 오는 7일로 만료되는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한데 이어 공판절차 정지 신청을 하고 이 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재판장)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김 회장 측의 공판절차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관계없이 김 회장의 법정 출석은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투병 중인 피고인이라도 결심·선고공판에는 반드시 출석해야하며 궐석재판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윤 재판장은 “피고인의 불출석 재판이 이뤄지는 상고심과 다르게 항소심까지는 피고인이 아프더라도 결심공판에 나와야 한다”며 “구속집행정지 연장 여부를 떠나서 내달 1일로 예정된 결심공판에는 무조건 김 회장이 출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재판장은 “김 회장과 관련된 경기도 화성에 있는 부동산 감정 때문에 당초 오는 11일로 예정했던 결심공판은 부득이하게 내달 1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목숨이 경각에 달리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달 있을 결심공판에 반드시 출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중견 판사 A씨는 “형사재판에선 무조건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병실 침대를 들고 와서라도 심리를 받게 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투병 중이란 이유로 결심공판만 참석하는 김 회장을 어찌 보면 법원이 배려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윤 재판장이 심리한 비공개 심문에 김 회장의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B교수는 “김 회장의 뇌 활동 정도가 저하돼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소견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B교수는 이어 “김 회장은 형사재판에서 논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며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거친 결과 뇌 부피가 줄어있는 등 병세가 위중한 상황”이라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