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까먹었더라도 환율변동에 따른 이익(환차익)이 발생했다면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고의영 부장판사)는 김 모씨(53)가 ‘부당하게 징수한 세금을 돌려달라’며 서울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2008년 금융위기를 앞두고 해외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고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당시 환차익에 따라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펀드를 환매하면서 원금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을 경우 원금 대비 ‘투자손실’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뿐, 소득세법이 배당소득으로 규정하는 ‘투자신탁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체적으로 손실이 났더라도 일부 환차익을 얻었다면 법리상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가 변동 손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환차익을 초과하는 경우 ‘투자손실’에도 불구하고 ‘투자신탁의 이익’인 배당소득에 과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경우 주식가격변동에 따른 손익과 환차익이 동시에 발생했다고도 볼 수 없어 해당 환차익이 조세특례제한법상 비과세 대상이라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가 변동과 환율 변동에 따른 경우의 수 네 가지를 그래프로 그려 김씨의 환차익이 과세 대상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김씨는 2007년 6~8월 2억3000만원을 일본 펀드에 투자하고서 이듬해 12월 1억8000여만원을 겨우 건졌다. 급락한 주가를 엔화 강세로 만회해 그나마 손해를 덜 봤다.
하지만 김씨는 과세 당국이 환차익을 따로 떼내어 배당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원천징수한 탓에 1억7000여만원만 돌려받게 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펀드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환차익만을 구분해 배당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1월 1심 판결이 나오자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