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송기영 기자] “바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 그래도 민주통합당은 아닌기라.”
4일 부산 화면동에서 만난 고상묵(53)씨의 이 말 한다미가 4·11 총선 부산 민심을 대변하는듯 했다.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부산 시민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부산저축은행 부실 사태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가 올랐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대안이 민주당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 꼭 뒤따랐다.
부산 정가의 한 관계자는 “변화의 바람은 분명히 있지만 강풍까지는 아니다”며 “부산 시민들의 표심이 결국 ‘미워도 새누리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낙동강 전선(戰線)’을 거점으로 새누리당 영남 독식 구조를 깨겠다고 벼르던 민주당도 총선이 가까워질 수록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 민주 목표치 10석이상→4석이상→2석이상
민주당이 부산에서 ‘해볼만한 지역구’로 꼽는 곳이 사상, 사하 갑·을, 북강서 갑·을에 경남 김해을을 더한 낙동강 벨트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출마한 사상과 현역 조경태 후보의 사하을은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2곳을 제외하고 낙동강 벨트에서 민주당 후보가 확실히 앞서는 곳은 없다. 대부분 백중세 양상이지만 민주당 후보를 새누리 후보가 추격하는 구도다.
믿었던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트리오 중 김정길 부산진 후보는 이헌승 새누리당 후보에게 적게는 1~5%, 많게는 10~20%포인트 가량 뒤쳐지고 있다. 북강서을의 문성근 후보도 김도읍 새누리당 후보를 좀처럼 앞서지 못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을 끼고있는 김해을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초반 약세를 극복한 김경수 후보의 추격이 만만찮지만 김태호 후보가 백중우세를 점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견해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초반 부산에서 10석 이상을 차지하겠다고 별렀다. 공천 후유증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4석이상으로 목표를 수정했다가 최근에는 사상과 사하을 2석으로 눈을 낮췄다.
◇ “숨은 여권표 투표장에 나올 것”
부산 민심에는 민주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민주당 후보가) 사람은 좋은데 당이 싫어서 지지하기 싫다”는 부산 시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종북정당이다’ ‘꼴도 보기 싫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종종 있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부산에는 ‘숨어있는 여권표’가 있다”고 했다. 숨은 여권표가 작용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17대 총선이다.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부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압승이 예고됐다. 그러나 결과는 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당시 유일하게 우리당 간판으로 당선됐던 조경태 후보도 “지금보다 17대 총선의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고 할 정도다. 부산의 박빙 승부처에서 투표 당일 여권 표심이 결집하면 결국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정가에서는 숨어있는 여권표가 움직이면 민주당 2석 목표도 불안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