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당초 4일 당 연찬회 결과를 지켜 본 후 당의 요구를 적극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으나, 당 내부에서조차 결론이 쉽게 돌출되지 않음에 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참모진들과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 서로 자극이 될 수 있으니 여야를 불문하고 ‘여의도’ 일은 일절 입 밖에 내지 말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기본적으로 정치를 혐오하는 대통령의 성향 때문인지 청와대 내부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면서 “말보다는 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밝혔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꿋꿋이 자기 일을 하면서 결과와 성과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일은 하지 않으면서 ‘갑론을박’하는 정치에 대한 혐오도 깔려있는 것 같다”면서 “정치인이 아닌 전형적인 CEO형 대통령에게 당의 요구는 너무나 큰 무리”라고 못박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4일 당 연찬회에 대해 “(당 연찬회에서 나오는 말들을) 잘 듣고 있다. 좋은 뜻에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를 내리라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이날 인적쇄신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시사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낸 청와대 참모진들에 대해 친이계 소장파들이 “청와대 참모진들 제정신이냐(본지 4일자 기사)”고 맹비난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일각에선 전날 당 연찬회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자신을 이 대통령 졸개’라고 표현한 일부 친이계 소장파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함께 일하자’는 이 대통령의 간청을 뿌리치고 자기 정치하겠다고 뛰쳐나간 사람들”이라면서 “불철주야 나라일로 고생하는 대통령에게 그럴 수는 없다”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비판했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인적쇄신이나 국정기조 전환은 차후 거론할 문제”라면서 “당장 급한 것은 당장 시급한 현안과 국정과제에 대해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