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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품권·현금지원 큰 효과 없어… 경기 자체가 좋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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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기자

승인 : 2025. 04. 22. 18:09

르포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
4조 추경예산 발표에도 현장 싸늘
소상공인 지원보다 물가안정 시급
맞벌이부부 편한 경제활동 환경을
통계청 "폐업자수·대출 규모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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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 내 일부 점포가 문을 닫았고 시민들의 발걸음도 없다시피 했다. /장예림 기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소상공인들이 예기치 못한 탄핵 정국과 대외 경제 상황 불확실성 확대 여파에 다시 한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소비 심리가 더욱 쪼그라 들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소상공인이 주저 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일 찾은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은 따뜻한 봄 날씨와는 달리 썰렁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오후 시간대임에도 이미 문을 닫은 점포가 곳곳에 보였고, 장을 보는 시민들도 상인들에게 가격만 물어볼 뿐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닭부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지금 경기가 안 좋아서 예전에는 6000~7000원에도 샀던 사람들 마저도 5000원에도 안 사간다"고 하소연했다. 찹쌀순대를 판매하는 사장 B씨도 "확실히 소비를 많이 안 하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도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찾아오곤 했는데, 요새는 많이 안온다. 오더라도 제로페이 등 절세혜택을 받으려고 노력하더라. 돈을 아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탄핵 정국이 가져온 내수 침체 후폭풍은 거셌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에 미중 갈등 심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도 불난 데 기름을 부으면서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반 년 만에 매출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67% 수준까지 타격을 입은 곳들도 속출했다. 정육점을 운영 중인 김성곤 사장 은 "지난해 계엄령 이후 저녁 모임이 줄어들면서 식당들이 타격을 입었다. 연쇄적으로 우리에게 물건을 사는 일이 적어지며 힘들어졌다"며 "매출이 어림 잡아 30% 이상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음식점에서는 온기가 돌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미열에 불과했다. 아바이순대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희 사장은 "보통 우리 같은 국밥 장사는 10월부터 겨울 장사가 좋은데, 이번에는 장사가 거의 안됐다"며 "매출이 3분의 2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폐업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폐업자수는 총 98만586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반면 대출 규모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개인 사업자 대출 규모는 1123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 달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대출자는 14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43% 증가했다. 즉 소상공인들이 무거운 부담에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의 95.1%에 달하는 규모로, 이들의 부채는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시장을 방문한 이날 기획재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연간 50만원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약 4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심심찮게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사장 C씨는 "온누리상품권이니, 현금 지원이니, 사실 다 필요 없다. 큰 효과도 없다"며 "경기 자체가 좋아져야 한다. 맞벌이 하는 부부들이 마음 편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한다거나 그런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도 "따로 우리에게 지원을 하기 보다는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사장 역시 "나라에서 재정을 투입해 우리에게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물가 안정 등 경제 활성화에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추경을 통한 소상공인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온누리상품권 등 지금의 지원 정책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온누리상품권 등이 유통이 돼야 영향력이 있을텐데 지금은 너무 상황이 안좋다. 또 추경의 수준이 너무 적은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긴급복지 등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경제적으로 여러 위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지원책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장예림 기자, 김주원·김진아 인턴기자 


장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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