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로 800만원대 상습범죄 확인
지난 2월 대검찰청 우수수사 사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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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다며 악성·허위 리뷰를 작성해 환불 받는 방식으로 약 16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A씨의 사건을 살펴보던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김상호 검사(33·변호사시험 9회)는 경찰 수사 기록에 첨부된 사진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느꼈다. A씨가 피해자 7명에게 보낸 음식물 사진 속 벌레가 비슷해보였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A씨는 피해자 7명에게 벌레가 들어간 사진을 전송한 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피해자가 환불을 거부하면 "소비자 분쟁 위원회에 신고하겠다"며 수차례에 걸쳐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히다가 사기 및 협박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검찰로 송치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벌레가 나와서 환불을 요구 했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사진을 보고 의문을 품게 된 김상호 검사는 추가 수사를 위해 A씨의 계좌 거래 내역 2년 치를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A씨의 계좌에는 한 달간 약 42회에 걸쳐 90만원가량 출금된 내역과 약 26회에 걸쳐 80만원가량 배달 앱 명의로 입금된 내역이 확인됐다. 입·출금 금액도 음식 가격 정도인 2~5만원 사이였다. 김상호 검사는 2023년 유사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다 A씨가 벌금형 처벌을 받은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김상호 검사의 집요함으로 A씨는 당초 피해자 7명에게 16만7300원을 가로챈 피의자가 아닌, 300회에 걸쳐 약 800만원을 편취한 상습범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해당 사례는 지난 2월 대검찰청 형사부 우수 수사 사례에 선정됐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처음 한두 번 시도했는데 환불이 이뤄지니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환불 절차가 용이하고 검증 과정이 철저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범행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A씨 관련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 현재 재판 중이다.
김상호 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점을 놓고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김상호 검사는 "조사를 받은 A씨가 합의를 하겠다며 피해자 약 30명에게 문자를 전송하고 대화 내역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대화 내역이 이상했다"며 "A씨는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낸 후 피해자들이 답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고 했다. A씨의 사과는 잘못에 대한 뉘우침보다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가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호 검사는 "의도적인 범행이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며 "선량한 자영업자를 속여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 형사부는 일선에서 국민들을 많이 마주치고 있다"며 "이 사건 같이 악의적 범행,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행을 철저히 수사해서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