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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추억이 노랑노랑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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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17. 17:41

(33) 애기똥풀 그림
애기똥풀 그림
우리집을 알리는 표지석 옆에 야생초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봄부터 여름까지 노란꽃을 피우는 '애기똥풀'이다. 이 야생화가 집앞까지 찾아온 연유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련한 추억이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이젠 그림 속에만 남아 있지만 우리 가족에겐 귀염둥이 강아지 '삼순이'가 있었다. 녀석은 유독 집앞 표지석 옆에 용변을 보기 좋아해서 내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 삼순이를 떠나보내고 허허로워 하던 어느 해 봄날, 냉이를 닮은 어린 싹 하나가 표지석 옆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았다. 삼순이가 남기고 간 강아지똥의 힘이었을까? 어린 풀은 빠르게 성장해 꽃망울까지 터트렸다. 애기똥풀이었다.

어렸을 적 애기똥풀에 대한 기억도 참 많다. 짓궂은 동네 형들이 맛있다고 꼬드겨 애기똥풀 노란 진액을 먹고 기겁했던 일, 이웃집 여자애 옷에 애기똥풀을 비벼대며 장난을 치던 일, 흰 운동화를 신고 애기똥풀 근처에서 놀다가 운동화가 샛노랗게 되어 어머니에게 된통 혼났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렇듯 애기똥풀의 추억이 유독 많이 쌓여 있는 것은 이름이 주는 친근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똥'자가 들어가는 야생초가 참 많지만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니 이리 정겨울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수많은 시인들이 애기똥풀 시를 읊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눈 것 같다.

애기똥풀은 백굴채(白屈菜)라는 한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천연 염색재료로도 사랑받고 있다. 지금 조성이 한참 진행 중인 '잡초농원'에서 다양한 매력의 이 노란꽃 야생초를 멋지게 소개해야겠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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