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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림 속에만 남아 있지만 우리 가족에겐 귀염둥이 강아지 '삼순이'가 있었다. 녀석은 유독 집앞 표지석 옆에 용변을 보기 좋아해서 내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 삼순이를 떠나보내고 허허로워 하던 어느 해 봄날, 냉이를 닮은 어린 싹 하나가 표지석 옆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았다. 삼순이가 남기고 간 강아지똥의 힘이었을까? 어린 풀은 빠르게 성장해 꽃망울까지 터트렸다. 애기똥풀이었다.
어렸을 적 애기똥풀에 대한 기억도 참 많다. 짓궂은 동네 형들이 맛있다고 꼬드겨 애기똥풀 노란 진액을 먹고 기겁했던 일, 이웃집 여자애 옷에 애기똥풀을 비벼대며 장난을 치던 일, 흰 운동화를 신고 애기똥풀 근처에서 놀다가 운동화가 샛노랗게 되어 어머니에게 된통 혼났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렇듯 애기똥풀의 추억이 유독 많이 쌓여 있는 것은 이름이 주는 친근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똥'자가 들어가는 야생초가 참 많지만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니 이리 정겨울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수많은 시인들이 애기똥풀 시를 읊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눈 것 같다.
애기똥풀은 백굴채(白屈菜)라는 한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천연 염색재료로도 사랑받고 있다. 지금 조성이 한참 진행 중인 '잡초농원'에서 다양한 매력의 이 노란꽃 야생초를 멋지게 소개해야겠다.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