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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서울 아파트 월세 ‘지붕 뚫고 하이킥’…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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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4. 16. 14:35

서울 아파트 월셋값 고공행진…가격지수 '역대 최고'
고액 월세 거래도 늘어…매물 부족에다 전세대출 규제 영향
토허제 확대로 월세 더 오를 듯…전문가 "공급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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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22.4로 역대 초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 모습./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월세(보증부 월세+순수 월세) 시장이 들끓고 있다. 월세를 찾는 수요는 많아졌으나 매물이 적다 보니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일부 단지에선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 제한 등 금고 문을 걸어 잠그면서 불똥이 아파트 월세시장으로 튀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월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금지로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아서다.

◇ '고공행진' 서울 아파트 월셋값… 월세지수 122.4로 '역대 최고'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22.4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연속 상승세로,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에선 매물 부족과 함께 월셋값이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래스티지' 전용면적 59㎡형은 지난 3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6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지난달 12일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353만원에 계약서를 쓴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돼 월세가 30% 넘게 뛴 셈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형도 이달 초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350만원으로 월세 계약을 갱신했다. 기존 계약은 같은 보증금에 월세 335만원 수준이었지만,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통해 15만원을 더 올려받은 것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1000만원이 넘는 고가 월세 거래 사례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 센트럴파크' 전용 237㎡형은 지난달 말 보증금 3억원·월세 2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168㎡형 역시 이달 초 보증금 1억원·월세 1030만원에 거래됐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주택과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전체 주택 월세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주택 월세 통합 가격지수는 103.10으로 전월보다 0.08% 올랐다. 대규모 전세사기가 본격화했던 2023년 9월부터 17개월 연속 상승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국 세입자들이 매달 내는 월세도 2월 기준 74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 평균 월세는 100만원으로 4만원이나 뛰었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반전세·월세 수요 '쑥'

서울 아파트 월셋값이 강세를 보이는 건 시장의 수급(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진 때문이다. 실거주에 기반한 월세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신규 입주 물량과 기존 아파트 임대차 매물이 줄고 있어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는 총 3만3997가구로, 적정 수요(4만8120가구) 대비 71% 수준에 불과하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으로 아파트 월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매물 시세표를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월세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매는 물론 전세자금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자 전세에서 '반전세'(보증금+월세)나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하고,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인 상태다.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월셋집이라도 구하겠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전셋값 상승도 월셋값 강세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부담을 느낀 임차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월셋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올해 들어 아파트 전셋값(4월 10 기준)이 10주 연속 상승 행진하고 있다.

또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 수요가 빌라(연립·다세대주택)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서 아파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다,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에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도 아파트 월세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빨라진 '전세의 월세화'… '주거 사다리' 흔들

월세 강세로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빌라·오피스텔뿐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월세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1만144건으로, 전월(8856건)보다 14.5% 늘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월 43%에서 2월 44.5%로 소폭 높아졌다. 아파트 월세 거래가 1만건을 넘은 건 지난해 3월(1만241건) 이후 11개월 만이다.

전세보증금 운용과 이자로 수익을 보는 임대인(집주인) 입장애서는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경우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기조가 강화될수록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 또는 반전세 확산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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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의 월세화는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시장을 흔들 수 있다. 평균 성인의 일생 주기에서 주거 형태는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인다. 물량이 없어 '전세'로 넘어가지 못한 세입자는 비교적 주거비 부담이 큰 월셋집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은 분석이다.

◇월세 급등→전셋값·집값 상승 자극… "규제 완화로 전월세 공급 늘려야"

서울 아파트 월셋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전세를 얻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월세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9640가구로 올해보다 74.4% 급감하고, 2027년에도 9573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권의 아파트 전월세 매물 감소가 진입 장벽을 더욱 높여 월셋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월셋값이 계속 오를 경우 시차를 두고 아파트 전셋값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전·월세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등에 따라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결국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월세가 오르면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파트 월세 상승세를 막기 위해선 전세나 월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에는 투기적 수요가 없어 공급 확대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꾸준한 신규 공급 정책과 함께 안정적인 임대차 매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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