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 해독부터 스텔스 탐지까지… 전 세계 군사 기술 판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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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는 양자역학의 기초가 되는 '플랑크 상수'의 첫 자릿수를 기념해 제정된 날이다.
'세계 양자의 날(4월 14일)'을 맞아 양자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이자 UN이 지정한 '세계 양자 과학 기술의 해'로, 학계를 넘어 안보 분야까지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2022년부터 유럽 학계를 중심으로 학술 행사가 열려왔지만, 올해는 군사 전략과 안보 환경까지 흔들 수 있는 '양자 기술(Quantum Technology)'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본격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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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양자 컴퓨터는 암호 해독과 전술 시뮬레이션에, 양자 센서는 잠수함 탐지와 GPS 대체에, 양자 통신은 도청 불가능한 군 통신망 구축에 활용된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이미 자체 제작한 양자 통신 위성 '미커우스'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유럽도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도 ETRI 등을 중심으로 양자 센서·통신 기술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북한 미사일 탐지 등 정밀 방어 체계에 적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다만 높은 개발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은 과제로 남아 있으며,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양자 기술이 군사 전략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기술 패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전장 계산부터 암호 해독까지… '게임 체인저' 양자 컴퓨터
양자 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수년이 걸리는 계산을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어,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미사일 궤적 계산, 자율무기 항법 등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현재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녀, 미국 등은 이에 대응한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군사적 실전 배치까지는 최소 5년에서 1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아직은 기초 연구와 프로토타입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 스텔스 잡고 잠수함 추적… '눈 밝아진 전장'
양자 센서는 극도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 스텔스 전투기나 심해의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차세대 감시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양자 자기 센서는 GPS가 닿지 않는 환경에서도 정밀한 위치 파악이 가능해, 전자전(EW)이나 정밀타격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이미 일부 프로토타입이 실험 단계에 돌입했으며, 양자 기술 중 가장 성숙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 '도청 불가' 군 통신… 美·中, 양자 통신 패권 경쟁
양자 통신은 '양자 암호 분배(QKD)'를 통해 도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보안 채널을 제공한다. 이는 작전 중인 부대 간 실시간 통신을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중국은 이미 '미커우스(Micius)' 위성을 통해 세계 최초 양자 통신 실증에 성공했으며, 미국과 유럽도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양자 통신 기술은 사이버전에 강력한 방패 역할을 하며, 미래 '네트워크 중심 전쟁(Network Centric Warfare)'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무기 정밀도·사거리 향상'… 현장 적용 속속 추진
양자 기술은 단순한 이론적 개념을 넘어, 실제 무기 체계에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미사일이나 드론의 명중률을 높이고, 사거리를 최적화할 수 있으며, 적의 은폐된 병력을 탐지하거나 전자기 신호를 감지해 스텔스를 무력화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양자 컴퓨팅 기반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은 인지전(Cognitive Warfare), 즉 여론 조작, 가짜 정보 대응, 심리전에까지 확대될 수 있어 주목된다.
■ '양자 전쟁' 시대 도래… 국제규범 마련 시급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새로운 군사 전략과 윤리적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의 암호 해독 능력은 사이버 안보를 흔들 수 있으며, 오작동이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EU 등은 양자 기술 패권을 놓고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가운데, 군비 경쟁이 기술 경쟁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 韓, ICT 강점 살려 양자 국방 기술 도전
한국도 ETRI 등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양자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양자 센서와 통신 기술의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조기경보 및 정밀타격 체계 강화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양자 기술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고급 인력 수요가 동반되는 만큼, 미국·호주·영국 등과의 협력(AUKUS)이나 민·관·학 연계를 통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양자가 바꾸는 전쟁의 미래"… 대응 전략은 지금부터
전문가들은 "양자 기술이 전장의 룰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적 미성숙과 윤리 문제, 국제 규범 부재 등 과제는 남아 있지만, 기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국가가 미래 안보의 주도권도 쥐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역시 자주국방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양자 기술 분야에 대한 보다 과감하고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