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 대가 안보분담 확대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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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16일 시작되는 협상은 국제경제 시스템을 재편하려는 '베선트 구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소비대국에서 제조대국으로의 미 경제 전환 △달러 강세 시정과 기축통화 유지의 병행 △동맹국과의 안보 부담 분담 등 세 가지라고 분석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후 자국 시장을 개방해 민주주의 진영의 자유무역 발전을 이끌었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강한 달러와 안보의 우산이었다면서 그 대가로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떠안아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제 이 무역체제를 전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2024년 기준 685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한 무역 불균형 시정이 아니라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한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에서 의약품, 반도체, 선박도 제조하지 못한다. 미국의 공급망은 국가안보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일 협상에서 미국은 조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조선 능력은 중국의 200분의 1 이하로 떨어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해상 경쟁력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엔저·달러 강세 환율도 의제로 삼지만 대규모 환율 개입을 통한 일시적인 달러 평가절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달러 강세를 시정하길 원한다. 베센트 장관은 "두 가지는 모순되지 않는다"며 "해야 할 일은 1980~90년대에 있었던 국제 통화 간 조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중앙은행을 포함한 거시정책 공조로 달러 강세를 시정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G5 국가(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체결한 협정으로,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미 달러화를 인위적으로 평가 절하했다.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고, 경제 침체는 이후로도 20년간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밀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강달러 시정 방안으로 △각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해 달러 약세를 유도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보유 국채를 초장기채로 전환 등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과 밀란 위원장이 제안하는 달러 강세 시정 국제공조는 중국, EU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데, 두 사람은 이번 트럼프 관세가 그 협상 카드라고 본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 정부가 관세 인하 조건으로 안보 부담 증대를 요구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보가 협상 카드가 되면 일본은 대미 협상에서 한층 더 양보할 수밖에 없는데 베선트 장관은 일본의 이런 약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