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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大, ‘트럼프 정책’ 못따르겠다… “헌법적 권리 포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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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4. 15. 11:01

反유대주의 근절 명분 정부 요구 정면 거부
미 당국, 보조금 90억 달러 지급 재검토 압박
Harvard Free Tuition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AP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가 반(反)유대주의 근절을 명분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정책 변경안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1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하버드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입시 및 채용 제도 개편, 외국인 유학생 감시, 학문적 다양성 확보 등의 조치가 위법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대학 가운데 미 행정부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첫 사례로, 향후 고등교육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이날 교내 커뮤니티에 보내는 글에서 정부의 요구는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하며, 인종·피부색·출신국가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 연방법(타이틀 VI)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가버 총장은 "그 어떤 정부든,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채용하고 입학시킬지, 어떤 학문을 연구할지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법적 근거 없는 권력 행사로 하버드의 교육과 연구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가버 총장은 "미 정부에서는 우리에게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한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관련 활동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규제를 의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대학 내 다양성과 반유대주의 대응을 이유로 여러 대학을 조사하며, 연구 자금 수백억 달러를 보류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이어왔다. 특히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주요 대학에 대한 압박을 이어온 가운데, 이번에는 하버드대를 정조준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대에 △교수진 전원에 대한 표절 검사 △채용 전수조사 및 감사 △합격·불합격자 데이터를 인종, 출신국, 학점, 시험성적별로 제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즉시 폐지 △'반유대주의 전력'이 있는 학과 외부 감사 등 전례 없는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 3월 미 당국은 하버드대와 맺은 2억5560만 달러(3800억원 상당) 규모의 계약과 87억 달러(12조8000억원 상당) 규모 보조금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연방 자금을 지렛대로,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 정책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하버드대 안팎에서 반발이 거셌다. 하버드대 교수진 800여 명이 연명으로 학교에 '반민주적 공격에 집단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제출했고, 최근에는 미국대학교수협회가 연방 자금 중단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하버드의 결정은 옳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의 기반을 약화시키거나 파괴하려는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반유대주의 대응은 중요하지만, 이를 명분 삼아 대학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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