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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경쾌하게 달리고 또 달리지만 많이 본 듯한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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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4. 15. 14:06

마약·부패 권력 다룬 '사생결단' '부당거래' '내부자들'과 비슷
빠른 이야기 전개 장점…주요 캐릭터들은 평면적으로만 그려져
16일 개봉…액션과 마약 흡입·난교 장면 수위 높아 청불 등급
야당
16일 개봉하는 '야당'에서 검찰 프락치를 겸하는 마약 브로커 '이강수'(깅하늘·왼쪽)와 검사 '구관희'(유해진)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공생하는 사이로 출발하지만 '구관희'의 배신으로 적이 된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리운전을 하던 중 손님이 건넨 마약 음료수를 아무 생각없이 먹었다가 교도소에 간 '이강수'(강하늘)는 출세욕에 불타는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수사 기관의 앞잡이, 즉 야당 역할을 제안받는다. 이후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공생하던 이들의 사이는 마약 중독자인 대통령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으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하고, '강수'는 '관희'에게 배신당한 뒤 마약 중독자로 전락한다. 가까스로 마약의 늪에서 벗어난 '강수'는 자신처럼 '관희'로 인해 경찰에서 잘릴 신세가 된 '오상재'(박해준)를 찾아가 복수를 제안한다.

16일 개봉하는 '야당'을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착시 효과 탓에 정치 영화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여기서 '야당'은 마약 브로커이면서 뒤로는 몰래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검·경의 프락치를 의미하는 은어로, 마약을 둘러싼 배신·음모·복수 등에 초점을 맞춘 범죄 액션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마약과 권력의 비호, 범죄자와 검·경의 야합, 검·경 갈등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앞서 제작됐던 '사생결단' '부당거래' '내부자들'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캐릭터들의 설정과 조합, 줄거리의 전체적인 윤곽 등 비슷한 구석이 여럿 있어 이 장르를 많이 본 관객들에게는 제목만 신선하게 다가올 듯 싶다.

연출자인 황병국 감독은 이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와 인물, 이야기를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비교적 세련되게 버무린다.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안된다는 강박 관념마저 느껴질 정도로 결말부까지 숨 가쁘게 달리고 또 달리다보니 2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 시간은 비교적 짧게 느껴진다.

야당
영화 '야당'에서 형사 '오상재'(박해준·왼쪽)와 마약 브로커 '이강수'(강하늘)는 자신들을 나락으로 몰아넣은 검사 '구관희'와 권력을 상대로 복수를 다짐한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문제는 스피드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놓치고 넘어가는 것들이 꽤 많다는데 있다. 주요 캐릭터들 대부분이 이야기의 기능적인 부속품 정도로만 활용되고 인물 개개인의 서브플롯이 너무 빈약하게 곁들여져 있는 탓에, 이들이 왜 그토록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지 효과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강하늘과 유해진, 박해준의 연기가 비교적 흠 잡을 데 없으면서도 결정적 한 방 없이 줄곧 잔펀치만 날리다 끝나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사생결단' '부당거래' '내부자들'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차원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누아르적 색채를 가미하지 않는 대신 "가볍고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황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된 일종의 부작용이다.

아 참, 마약과 권력에 의해 파멸되는 극중 배우 '엄수진' 역의 채원빈은 이 영화가 거둬들인 의외의 소득이다. 지난해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얼굴을 널리 알렸는데, 경력에 비해 무게감이 넘쳐나는 눈빛 연기로 연민을 자아내며 여운을 제공한다.

마약 흡입과 난교 등 일부 장면의 수위가 은근히 높아 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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