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관세 부과로 달러화 약세
"강달러로 인플레 상쇄" 예상 빗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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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약 8% 하락해 최근 3년 내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등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거의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상호 관세 부과를 선언한 이후 달러 약세는 가파르게 진행됐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국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기 전부터 상품 가격이 올랐다.
통상적으로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 최근 달러는 지속적인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고 외화 수요를 낮추는 효과를 내면서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거꾸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큰 관세를 발표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달러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모호해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어떤 국가와 제품이 예외인지, 언제 적용이 유예되는지 등 불확실한 메시지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외환·신흥시장 전략 책임자인 제임스 로드는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의 급락과 미 국채 매도세는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연초만 해도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투자 전략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 상실이며, 미국 정책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지난 10년간 미국 자본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제 투자자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도 "투자자들의 자산 선호도가 미국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믿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달러가 미국 금리와의 연동성을 대부분 상실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비슷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잠시 나타났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달러는 곧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했는데, 이번에도 일시적 현상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이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커진다. 금리를 내리면 달러 표시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며, 이는 다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로 접어들 우려가 나타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