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정산면 '알프스마을'
2010년 정부 마을기업 육성사업 선정
얼음축제·수영·특산물 가공 체험 등
계절별 차별화 콘텐츠로 여행객 유치
|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한적한 마을, 천장리. 불과 20년 전만 해도 '지나가는 길목'에 불과했던 이 마을은 지금 연간 20만명이 찾는 관광지이자, 연 매출 37억원에 달하는 농촌기업으로 변모했다. 그 중심에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마을기업, '알프스마을영농조합법인'(알프스마을)이 있다.
200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에 포함되며 변화의 첫걸음을 뗀 알프스마을은 당시 농촌 고령화와 젊은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이고, 마을 경제는 농업 외 대안이 거의 없었다.
전환점은 2007년 법인 설립 이후부터다. 마을사업으로 추진한 첫 겨울축제에서 3800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도부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뒤, 자발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회계 자료와 회의 내용을 철저히 기록하고,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공동체 내 신뢰를 다시 쌓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1억2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공동체 내부 신뢰를 회복했고, 이후 주민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초기 균등 출자 방식으로 시작한 조합은 이후 사업 확장을 거쳐 현재 자산 규모가 200억원에 이르며, 농촌형 기업 모델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은 상근 인력 19명, 일용직 150명(겨울철)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알프스마을은 2010년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며 제도적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지역 주민이 주도해 운영하면서 지역 자원을 활용해 공공의 이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돕는 정부 정책이다. 운영비와 시설개선비, 컨설팅 등을 통해 마을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알프스마을은 계절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광객을 유치한다. 겨울엔 천장호 얼음축제, 여름엔 칠갑산에서 나온 깨끗한 물을 활용한 수영장을 운영한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고구마·총각김치·인절미 만들기 등 지역 특산물 가공 체험은 도심 관광객과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구마는 연 50톤, 밤은 500가마 이상이 유통된다. 모든 식재료는 자가 생산 또는 인근 농가 수매로 조달한다는 게 알프스마을 측 설명이다.
관광객이 몰리며 인근 상권에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황준환 알프스마을 대표는 "겨울축제 때면 근처 카페나 음식점도 북적인다. 사장님들이 '매출이 예전보다 훨씬 오른 것 같다'고 직접 말하신다"며 "마을 하나가 살아나면 주변 경제도 함께 살아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러 찾아와서 하루 이상 머무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프스마을은 '모두애 우수마을기업'으로도 꼽힌다. 행안부가 선정하는 마을기업 중에서도 특히 우수한 성과를 보인 기업으로, 높은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마을기업이 선정된다. 알프스마을은 수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해 장학금과 기부금으로 매년 100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고령자 고용에도 적극적이다. 최고령 근무자는 80세이며, 70세 이상도 희망하면 면담 후 고용을 연장한다. 귀촌인 부부의 정착, 마을 내 10쌍 이상의 결혼 사례 등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글로벌 감각도 갖췄다. 직원과 장기근속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일본 홋카이도, 프랑스 등지의 마을기업 견학을 정례화했고, 외국인을 위한 영어 키오스크도 준비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연 1만명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마을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하천부지 매입을 통한 안전시설 확충과 화장품 등 2차 산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제는 지나가던 시골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찾고 머무는 공동체가 됐다"며 "자립형 농촌기업으로 더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