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정부는 냈다, 공단은 부족하다…건보 지원의 엇갈린 해석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414010008155

글자크기

닫기

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4. 14. 16:35

건보 20% 지원, “미이행” vs “충실히 이행”
코로나 감면 2차분, 정산 두고 입장차
전문가 “제도·회계 엇박자 반복될 것”
2025040301010003497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 지사 외관./연합
건강보험료의 20%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법정 규정을 두고,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간 해석 차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건보노조 측은 "매년 수조 원이 미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계산방식에 따른 오해"라는 입장이다.

14일 국민건강보험노조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건강보험료 수입의 20%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정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6조원 이상 재정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해당 규정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법적 기준에 맞춰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일반회계에서 약 14%를, 건강증진기금에서 최대 6%를 합산해 지원하고 있다. 다만 건강증진기금은 담배부담금 수입의 65% 또는 건강보험료 수입의 6% 중 낮은 쪽만 사용하도록 돼 있어, 매년 6%를 온전히 집행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어느 해 담배부담금 수입이 1000억원이라면 그중 65%인 650억원까지만 기금에서 쓸 수 있고, 같은 해 건강보험료 수입의 6%가 800억원일 경우 실제 지원액은 더 적은 650억원으로 제한된다. 이처럼 제도 구조상 '최대 6%'는 회계상 상한일 뿐, 실제 지원 비율은 매년 달라질 수 있다.

또 2020년 코로나19 당시 시행된 건강보험료 경감 2차분(2307억원)에 대해 건보노조가 미정산을 지적하자, 정부는 "해당 시기 1차 감면분은 절반 이상 지원했으며, 2차분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자체 충당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보노조는 이러한 정부의 해석이 법정 책임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한 정책이나, 비상진료 체계 운영 비용 등 본래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 건보공단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러한 항목을 포함할 경우 연평균 재정 손실이 6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양측 모두 '20% 지원'이라는 같은 수치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정부는 회계 기준상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보지만, 공단 측은 실질적인 책임 이행 여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국회 예산정책처, 복지위, 예결위 등에서도 반복 제기돼 온 오래된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단순한 금액 분쟁이 아니라, 해석의 회색지대에 놓인 제도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건강보험 재정에 명시된 국가 책임 범위를 판단할 기준이 불명확하고, 건강증진기금 등 연동된 회계 항목의 법적 해석도 일관되지 않아 실질적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재정 전문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려면, 정부 책임 범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회계 논리와 제도 목적이 따로 움직이는 한, 이 같은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