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일년새 97% 역성장…하나銀, 유일 증가
상호관세·국내 기업 이탈에 실적 전망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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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의 경기 악화로 시중은행 중국법인 실적은 크게 꺾인 상황이다. 글로벌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은 순익이 큰 폭 감소했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상호관세 여파로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국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503억원으로, 전년(1082억원) 대비 53.51%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당기순익은 2023년 391억원에서 작년 13억원으로 97%가량 급감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해외법인에서만 5720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사상 처음으로 해외 순익 5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유독 중국법인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STX 상각채권 관련 기저효과와 국내 기업의 중국 이탈 증가 등으로 순익이 감소했다"며 "기업 고객 비중이 높아 현지 경기 둔화 영향이 컸던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역성장에 빠졌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당기순익이 303억원에서 230억원으로 24% 감소했고, 우리은행도 338억원에서 201억원으로 40% 넘게 줄었다. 하나은행만 리테일 영업의 활성화에 힘입어 48억원에서 59억원으로 순익이 늘었다.
은행들은 지난 2022년 이후 심화된 중국의 경기 둔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지 법인의 영업 환경이 악화된 데다,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 인민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와 지급준비율 등을 두 차례 낮춘 것도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중국의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상호관세 여파로 중국의 GDP 성장률이 최소 0.7%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 환경도 여느 때보다 좋지 못하다. 국내기업들이 잇달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주요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기업의 중국 신규 투자액은 지난 2022년 85억4000만 달러에서 작년 18억1000만 달러로 79%가량 줄었다.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도 공장을 매각하고 인력 감축을 진행하는 등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인민은행도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어 올해 시중은행 중국법인의 실적은 여의치 못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대출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