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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의 ‘원 스톱 쇼핑’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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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14. 17:53

조영기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전 고려대 교수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분가량 첫 통화를 했다.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 양국 정상 간 직접 소통의 물꼬를 튼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정상 간 통화가 늘 세인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통화는 한국 최고지도자의 탄핵 사태가 종결(4월 4일)되고 미국의 추가 관세 25%가 부과(4월 9일)된 상태에서의 통화였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 미국이 서로 윈윈하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트럼트 대통령은 "(한국) 무역적자 문제와 관세, 조선업 협력, 미국산 LNG 구매에 대한 알래스카 합작투자, 대규모 군사보호에 대한 지불 문제" 등을 거론했다. 또한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군사지불을 시작했고 수십억 달러가 투입됐다"고 했다. 이에 한덕수 대행도 "이러한 현안에 대해 실질적 진전이 있길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을 우선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편 양국 정상 간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훌륭한 통화'였다고 자평하고, '원 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한편 28분간 한미 정상 통화에서 주목받은 단어는 트럼프의 '군사보호'와 '군사지불', '원 스톱 쇼핑'이다. '군사보호'와 '군사지불'에 대한 언급은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원 스톱 쇼핑'은 양국의 여러 사안을 관세 협상에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이는 트럼프의 의중이 경제통상(관세)정책과 안보정책의 연계를 통해 한국을 압박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압박에 대해 한덕수 대행은 조선분야와 알래스카 LNG 투자를 통해 미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의 '원 스톱 쇼핑'에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을 재협상하자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관세라는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며, 방위비분담금을 관세와 적극 연동해 미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원 스톱 쇼핑' 리스트도 관세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트럼프의 25% 추가 관세와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우리의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대응전략이 절실하다. 국가이익이란 '한 주권국가의 최고 정책 결정과정을 통해서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욕구와 갈망, 가치'다. 따라서 국가이익은 중요한 전략적 과제다. 특히 모든 국가는 국가이익을 위해 노력·협상한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는 국가이익을 위한 전략을 마련할 때 미국발 파고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거의 미국산 수입품은 '제로(0)' 관세다. 사실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이 작동하면서 미국의 불만이 높다. 특히 대통령 부재와 대선 레이스라는 최악의 국내 정치상황과 자고 나면 달라지는 초(超)불확실성의 트럼프 관제정책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물론 추가관세 부과가 한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주지만 중국에 145% 초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우리에겐 기회의 요인이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압박을 위해 상호관세 90일 유예조치를 했다. 90일 동안 위험과 기회 요인을 적확히 분석해 협상방안을 마련할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 오직 국익 위주의 협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여야 정치권, 기업, 연구기관 등의 관세대책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해 집단지성을 모아 다양한 대응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협의체는 6·3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정파적(政派的) 유불리와 무관하게 적용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 정부가 출범 후에도 당당한 대미 협상 카드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수 있다.

또한 협의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과 무역·관세를 연동하는 '원스톱 쇼핑' 조치에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분담금과 무역·관세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미국의 '원스톱 쇼핑' 요구에는 응하더라도 우리는 분담금과 무역·관세는 서로 다른 접근 경로를 찾아 협상에 임해야 한다. 즉 대미 무역흑자 문제는 LNG 수입과 농축산물 수입 확대 등을 통해 조정하고, 방위비 인상 문제는 조선업 협력과 주한미군기지의 전략적 가치, 분담금 부담률 인상 등을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1조5192억원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에 분담금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인 9배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양국 간 합의는 한덕수-트럼프와의 통화로 사실상 파기된 상태다. 이미 한국의 부담비율은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트럼프는 임기 중 분담금 인상으로 가시적 성과를 홍보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협의체는 분담금 100% 인상을 조건으로 핵연료 재처리 능력 확보, 자체핵무장 등의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이 북한의 남침 야욕 억제, 동북아의 안정적 기여, 우리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종북 좌파의 반미 도구로 악용되는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국익이 극대화된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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