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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중 관세, 美 기업들에 직격탄…“종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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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4. 13. 11:27

AP "이번 관세 사태, 값싼 중국산 제품에 의존해온 美 소비 구조에 경종"
유모차의 97%, 조화·우산의 96%, 색칠공부책의 93%, 빗의 90%가 중국산
Trump
1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애미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미국 수입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선 "정말로 종말 같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인근에서 교육용 장난감 회사를 운영하는 릭 월덴버그 '러닝 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관세 조치 발표 당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트럼프가 20% 관세를 발표했을 때 40%까지 버틸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짰다"며 "그게 충분한 대비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중국에 대해 관세를 54%로 인상한 데 이어,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자, 관세율을 무려 145%까지 올렸다. 월덴버그 CEO는 이에 따라 자사의 연간 관세 부담이 지난해 230만 달러(약 32억 8000만 원)에서 올해 1억 200만 달러(약 1455억 원)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말로 1억 달러가 있으면 좋겠다"며 "과장이 아니라, 종말처럼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관세 사태는 값싼 중국산 제품에 의존해 온 미국 소비 구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부터 크리스마스 장식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중국에서 저렴하게 수입해 왔다.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유모차의 97%, 조화와 우산의 96%, 불꽃놀이 제품의 95%, 어린이 색칠 공부책의 93%, 빗의 90%가 중국산이다.

그간 미국 기업들은 수천 개의 중국 공장에 공급망을 구축해 왔으며, 낮은 관세가 이를 뒷받침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바운에 따르면,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3% 수준이었다.

공급망 컨설팅 기업 ABC그룹의 창업자인 조 저큰은 "미국 소비자가 중국을 만들었다"며 "저렴한 가격에 중독된 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브랜드와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며 초고강도 관세 압박에 나섰지만, 업계는 오히려 그 파장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미소매업협회(NRF)의 데이비드 프렌치 부회장은 "이 정도 규모의 관세는 여러 측면에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1%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향후 장기 인플레이션율을 4.4%로 예상했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관세 인상의 규모뿐 아니라 속도와 예측 불확실성이다. 백악관은 중국산 제품에 125%의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하루 뒤 이를 정정해 145%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해 125%의 보복 관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일리노이주 디어필드에 있는 인체공학 의자 제조업체 '엣지 데스크'의 창업자 마크 로젠버그는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에서 1000달러짜리 의자 생산을 준비했지만, 관세 여파로 생산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미국 외 시장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도 검토했지만, 생산비용이 25~30% 더 높고 기술력이나 인력 확보가 어려워 결국 무산됐다.

월덴버그 CEO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데, 이들 제품은 단 하루 만에 경제성이 사라졌다"며 "마치 스위치를 내리듯 모든 게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의 미국 되돌리기'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며 "미국 내에서 협력할 제조사를 수년간 찾았지만,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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