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증시 여파… 사이드카 발동도
업계 "단기적 이슈, 급락장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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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국내 증시의 충격이 단기적인 이슈일 뿐 낙폭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분할 매수의 시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7% 하락한 2328.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 2일(2398.94) 이후 3개월여 만에 2300대로 내려앉은 2359.25로 장을 시작한 데 이어 장중 2327.01까지 내려갔다. 최고가 역시 2369.40 터치에서 그쳐 240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과 중국의 보복 관세 등 '관세 전쟁' 공포감이 커지며 국내 증시 역시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5.50%)와 S&P 500 지수(-5.97%), 나스닥 종합지수(-5.82%) 등이 일제히 5% 넘게 급락했다. 이날 3대 지수의 낙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0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특히 S&P 500 지수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6일(-12%) 이후 5년 만에 일간 기준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당초 예정대로 오는 9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점은 상호관세 부과 유예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중국 무역 적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단언하며, 미국 증시 폭락에도 "무엇인가를 고치기 위해 때로는 약도 먹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점은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더한다.
이 때문에 이날 한국전력(2.05%)을 제외한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위권 내 전 종목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하락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관련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자(-5.17%), SK하이닉스(-9.55%) 등 반도체 기업과 현대차(-6.62%), 기아(-5.69%), 현대모비스(-4.05%) 등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크게 빠졌다. 상대적으로 관세 충격이 덜할 것으로 예측됐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8.55%), HD현대중공업(-8.17%), 한화오션(-9.81%), HMM(-6.89%) 등 방산·조선주마저도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최근월물)이 전일종가(기준가격) 329.15에서 312.05로 17.10포인트(-5.19%) 하락한 후 1분간 지속돼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했다. 이에 9시12분부터 17분까지 5분간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24년 8월 5일 이후 8개월 만이다. 당시 코스피200선물이 전일종가 366.70에서 348.05로 18.65포인트(-5.08%) 하락한 데 따라 오전 11시부터 5분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바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의 충격을 단기적인 모습으로 판단하며 향후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증시 급락에 따라 이날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은 역사적 하단까지 재차 하락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상호관세에 따른 한국 시장의 이익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고려하더라도 현시점은 추가 급락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 지속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 시점을 명확하게 꼽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극단적인 공포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이날 지수가 확실한 저점이라고 평가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패닉셀(공황 매도)인 것은 확실하다"며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오히려 분할 매수의 시기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