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생산으로 관세 영향 제한적
삼양, 불닭 등 매출 美 137% 급증에도
트럼프 리스크에 '가격 경쟁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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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 발효로 미국 생산기지 유무에 따라 농심과 삼양식품의 희비가 교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세 변수가 없던 지난해에는 수출 효과를 톡톡히 봤던 삼양식품이 웃었다면 관세전쟁이 치열해진 올해는 해외 생산기지를 이미 구축한 농심이 웃을 차례라는 분석이다.
농심은 지난해 내수부진으로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23.1%가 감소한 1631억원에 그쳤다.
삼양식품은 매출, 영업이익 성장률이 놀라울 정도다. 매출은 1조7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46억원으로 133.6%가 올랐다. 영업이익은 농심의 두 배 이상이다. 특히 해외 매출이 1조33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해외 생산법인이 없는 만큼 대부분 수출금액으로 보면 된다. 고환율까지 겹치며 영업이익을 톡톡히 챙긴 셈이다.
농심의 지난해 해외매출도 1조3037억원을 기록하며 삼양식품과 규모는 비슷하나 이 가운데 생산법인 매출이 9595억원이다.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환율이나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사업구조다.
농심은 2005년 미국 LA에 첫 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22년 2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2공장에 신규 증설라인도 가동하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2공장 신규증설 라인에서는 농심이 미국 신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우고 있는 '신라면 툼바 사각용기면'을 생산한다. 농심은 그동안 미국에서 툼바 봉지면을 판매하고 있으나 지난달부터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툼바 사각용기면을 출시해 미국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내에 생산기지가 없는 삼양식품은 올해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보다 높은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 이어 성장성이 높은 미국 시장 진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부에선 성호관세 정책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비에 나섰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중 미국 매출 비중은 28.3%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보다 높다. 중국이 지난해 해외매출 4110억원으로 가장 높지만 전년 대비한 성장률은 미국이 136.9%로 중국(85.7%)보다 높았다. 그동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식품 수출 품목의 관세가 0%였지만 25%의 상호관세가 붙는다면 가격 인상이나 마진 감소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출이 대부분인 삼양식품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삼양식품은 수출 지역 다변화와 고환율 등으로 일정 부분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6월 수출 전용 밀양2공장이 가동되고, 2027년 중국공장이 완공되면 해외매출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가동되는 밀양2공장은 6개 라인에서 연간 최대 6억9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트럼프발 상호관세가 시행되기 전인 만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한 농심이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유리해 25% 관세가 장기화된다면 삼양식품으로서는 전년과 같은 영업이익을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