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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북한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와 한국의 군사·외교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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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7. 17:49

김태우 웹용 사진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3년 9월 북한이 1800톤급 구형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르고 덧대어 만든 기이한 모습의 3000톤급 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선보이면서 '전술핵 공격잠수함'이라고 자랑했을 때 합참은 '제대로 항행이나 할 수 있는지가 의문스러운 허접한 잠수함'이라고 평가했었다. 이런 평가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던지, 북한은 지난달 8일 족히 6000톤급은 넘어 보이는 대형 잠수함 건조 장면을 공개했다.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의 핵심 5대 과업 중 하나로 제시되었던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을 만들고 있다면서, '해군무력 강화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사변'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한국군은 "진짜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진수하기까지 2~3년 걸리고 원자력추진 운용에 또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이것이 느긋하게 바라보기만 해도 무탈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북한의 핵탑재 전략원잠(SSBN) 실전 배치는 한반도의 전략지형을 바꾸고 남북관계와 동맹을 흔드는 중대 사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은 군사적·외교적 대응 서둘러야

은밀성·침투성·생존성·치명성 등을 갖춘 잠수함은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가진 군사적·정치적·외교적 무기다. 잠수함은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상대국의 동태를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전력을 투사하거나 특수군을 침투시키며, 잠수함의 응징보복력은 상대국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여 국가 간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잠수함의 다양한 역할은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2차대전 초기 독일의 유보트는 연합군의 해상보급을 차단하여 전쟁의 흐름을 장악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의 공격원잠(SSN) 컨커러(Conqueror)함이 아르헨티나의 1만2000톤급 순양함 벨그라노함을 격침하자, 아르헨티나는 수상함들을 해상전투에 투입하지도 못하고 본토로 피신시켰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시 일촉즉발의 핵대결 상태에서 전략원잠은 미·소 간 핵전쟁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대부분 전략가들은 냉전 동안 핵전쟁을 억제한 일등공신이 잠수함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늘날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을 겁박하여 남중국해를 내해(內海)화하는 데 잠수함을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의 전략원잠들은 러시아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제2격 전력이다. 이스라엘의 핵탑재 재래잠수함도 국가생존을 담보하는 중요 수단으로서 2024년 이란과 미사일 교전을 벌이던 시기 이란이 선을 넘지 못하게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북한에 있어 전략핵잠은 '장군님의 영도력'을 드러내고 체제 불안을 극복하는 상징물이고, 한국 해군의 질적 우위를 단숨에 뒤집는 군사수단이자 남북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괴물이며,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해저 핵투사 능력은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고 한미동맹과 핵우산을 이완·무력화하는 전략적·외교적 수단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신냉전 체제하에서 중·러와의 군사협력을 위한 훌륭한 수단이다. 따라서 북한이 장단거리 잠대지 탄도(SLBM) 및 순항 핵미사일(SLCM)을 탑재한 전략핵잠을 실전 배치한다면, 그것으로 한반도 전략지형과 한미동맹은 요동칠 수 있으며 북한의 대남 패악질로 남북관계도 황폐해질 수 있다. 당연히 한국도 군사적·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고강도 동맹외교와 새로운 북방외교

군사적으로는 해군이 추진 중인 '장보고 III 프로젝트'의 배치3 잠수함들을 핵추진으로 결정하고 한국형 원자력추진 잠수함(SSN) 건조를 서둘러서 북한의 전략원잠이 마음대로 바다를 헤집고 다니면서 한국을 겁박하는 것을 차단하는 '헌터킬러' 전력으로 함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이 가진 우수한 선박건조 인프라와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원잠 운용 노하우 확보, 승조원 훈련, 핵폐기물 처리 능력 획득 등을 위해 동맹협력도 구해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한국의 농축활동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미국이 1988년에 '포괄적 동의'를 통해 일본에 농축·재처리 권리를 허용했음에도 한국이 아직도 이런 제약에 묶여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고강도 동맹외교를 통해 이를 돌파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고장력강판 생산 인프라가 없고 소형 원자로를 만들어본 적이 없으며 원자로의 지상실험 장비도 없는 북한이 대형 원잠을 건조하고 있다면, 한국은 러시아가 고장력강판, 원자로, 음파탐지기, 정비부품 등을 제공하고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한다. 2024년 북·러 동맹 복원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북한의 '형편에 맞지 않는 원잠 건조'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1961년 체결된 '조·소 우호협조조약'은 자동개입 조항을 가진 군사동맹 조약이었지만, 한국은 노태우·김영삼 정부로 이어지는 북방외교를 통해 1995년 이 조약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지금은 군사동맹의 복원이라 할 수 있는 2024년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북방외교에 나서야 할 때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이후 펼쳐지는 국제상황이 반드시 불리하지는 않다. 친러 기조를 통해 유럽에 투입해 온 안보·외교 자산을 대중(對中) 견제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전략 기조는 한국이 한미동맹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대러 외교의 공간을 넓히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예상되는 정세도 그렇다. 러시아가 인식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감소하는 반면, 한국과의 교류협력 수요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제 전략원잠의 등장이 강요하는 군사적·외교적 도전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엄정 대응해야 한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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