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시 부서장 결제 필요
자녀와 반려동물도 함께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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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IT 기업 아이와즈 사무실에서 만난 양중식 대표는 이같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운영 방식을 설명하며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이와즈는 IT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극 도입한 중소기업이다. 특히, 기업들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도 여전히 하루 8시간 근무를 고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와즈는 근무 시간 개념 자체를 유연하게 바꿨다.
아이와즈는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근무 시간을 2주 동안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집중 근로 시간만 지키면 된다는 점이다. 이 시간대에는 반드시 사무실에 있어야 하지만, 그 외 시간은 출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양 대표는 "IT 업종 특성상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집중할 시간이 다르다"며 "누군가는 밤에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또 어떤 직원은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고정된 출퇴근 시간보다는 유연성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이와즈 사무실 한편에는 이미 퇴근한 직원들의 자리가 보였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모니터가 꺼진 자리와 정리된 책상은 사무실을 한층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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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불가피하게 초과근무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부서장의 결제를 받아야 하고, 사전에 승인되지 않으면 야근을 할 수 없다"며 "덕분에 불필요한 초과근로를 줄이고, 직원들의 피로도도 크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와즈는 이같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과 야근 최소화 등 근무 환경 개선 덕분에 이직률도 현저히 낮다. 양 대표는 "IT 업계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편인데, 아이와즈의 이직률은 5% 미만"이라며 "1년에 한 명 정도가 이직하며, 많아야 두 명 정도로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초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양 대표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중소기업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율 근무 시간 관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 컸다"며 "직원들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율하면서도 업무 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오히려 집중 근로 시간을 정해두니 그 시간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몰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와즈는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자녀동반 출근을 허용하고 있다. 어린이집 방학이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자녀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양 대표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지 못하면 결국 인력을 잃게 된다"며 "직원들이 아이와 함께 출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가정 문제로 회사를 떠나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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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에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도 적극 도입했다. 특히 인천에 거주하는 한 직원은 상시 재택근무를 하며, 월 1회 정도 대전 사무실에 출근한다. 양 대표는 "서울이나 인천 등 먼 거리에 있는 직원들에게는 상시 재택근무를 허용해 출퇴근 부담을 덜어주었다"라며 "거주지와 관계없이 업무 성과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이와즈는 연차 사용을 적극 장려한다.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자연스럽게 연차 사용률이 높아졌고, 현재는 100%에 달한다. 양 대표는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별도의 보상이 없는 대신, 반반차까지 나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필요할 때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와즈의 이러한 근무 환경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아이와즈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2024년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와즈의 사례는 중소기업도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 성과를 중시하는 환경 속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양 대표는 "유연근무제 덕분에 직원들의 삶이 한층 여유로워졌다"며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것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