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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진실의 수호자요, 정의 구현의 최후 보루인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4·4 탄핵'재판관 8명의 성명(姓名)을 후세들을 위해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문형배(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김형두, 조한창, 정정미, 김복형, 정계선, 정형식(주심)이다. 이들의 8대0 인용파면 판결은 호헌이고 합법이어서 모든 국민이 납득하고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진실하며 정의로운 것인가. 전 국민이 직접 투표하여 선출한 대통령을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판결로 간단히 파면을 시킨다는 헌법규정을 이대로 둘 것인가. 그것도 재판관들의 이해관계와 이념성향에 따라 '가족회사 선관위' 비리의 호위무사 노릇을 자임했던 헌재다. 그런 헌재의 탄핵 판결이 모든 국민을 통합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작동시킬 것인지 아니면 분열과 편 가르기에 기름을 붓고 나라를 후퇴시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헌재가 합법적이라고 내세우는 것과 옳은 것(공정, 진실, 정의)과의 간극(間隙)이 문제란 뜻이다. 그 간극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합법'은 '합법적 야만'이나 '합법적 폭력'이 되기 쉽다. 그렇게 될 경우 합법적이란 것은 도리어 공동체를 해체시키게 되고 자기몰락을 재촉하는 무서운 독이 되는 것이다. 모든 합법의 탈을 쓴 독재권력과 전체주의 권력의 종말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2025년 4·4의 탄핵 인용 시국을 보면 합법과 옳음의 싸움에서 일단 합법이 현실에서는 일시적으로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옳음 곧 공정 진실 정의의 잣대로 보면 합법이 과연 승리한 것일까. 이번 탄핵 재판 전 과정이 탄핵 의결과 소추 발의부터 무도한 구속, 변론 과정, 평의, 판결에 이르는 모든 절차와 내용이 옳았는가. 즉 공정했는가. 편파적이지 않았는가. 진실했는가. 거짓을 판결에 원용하지 않았는가. 조작된 증언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고 파면 일방향으로 판결한 부분은 없었는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개별적 사실(Fact)은 제대로 검증했는가. 그 과정에서 거짓 증언을 유도하고 회유 협박한 사실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사안의 전체 맥락과 관련한 검증과 합리적 판단이 있었는가. 이런 것이 사실 검증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사법의 영역이 아니던가. 거짓의 수풀을 헤쳐 들어가서 진실을 찾아내는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의 책무다. 언론이 이런 사명을 의도적으로 방기하고 특정 이해집단과 이념의 앞잡이로 거짓의 전달자나 진실 왜곡의 나팔수가 된 풍토에서 사법은 더더욱 진실 탐구와 파사현정의 아성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할 때 공정하고 진실한 사법 집행의 결과가 정의의 실현으로 드러나 공동체 구성원들의 보편적 가치관과 도덕률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서 법의 판단과 집행이 옳음과의 간극이 크다면 그 후과(後果)는 우리 공동체에 두고두고 우환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혼란 분열 반목 정쟁으로 나라가 결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8인의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 주말 홀가분한 마음으로 달콤한 휴식을 취하며 탄핵찬성 민중들의 환호작약에 뿌듯한 성취감을 즐겼는지 모르겠으나 비 오는 주말에도 탄핵반대의 수많은 인파와 젊은이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와 외치는 절규에도 눈과 귀를 열기 바란다.
이제 헌재의 시간은 지났다. 대한민국의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 뒤를 이을 정부를 60일 안에 탄생시켜야 하는 숨 가쁜 선거의 시간이다. '친인척 가족회사' 선관위의 시간이 왔다. 부정선거 의혹을 털어낼 특단조치로 사전투표는 없애고 당일 투표 당일 수 개표로 각 당과 대통령 후보들이 합의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무신불립(無信不立) 자유민주주의는 파국이다. 그리고 후보들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한미동맹을 중심한 안보관을 전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엉뚱한 것 같지만 이런 기본적인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안보관이 확인되지 않은 후보는 국민을 속이거나 불안하게 할 후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들이 암약하는 노동조합이나 구 통진당 아류들과 연계하고 전대협, 한총련 출신의 국보법 위반자들과 함께하는 후보의 출마는 대한민국을 위한 후보가 아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자세와 가치지향이 이렇게 확연하고 단호하면 이런 반대한민국 그룹들도 그 노선을 전향할 기회를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인 한민당(1949년 9월 창당)은 건국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뜻과 힘을 같이하여 반공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에 지주들이 많아 지주정당이라 불렸던 김성수의 한민당이 오히려 적극 나서서 6·25 발발 3개월 전 1950년 3월에 농지개혁법을 선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남로당 잔당의 선동을 잠재우고 유엔군의 참전을 이끌어 북한공산 인민군의 남침을 격퇴하고 험난한 굴곡과 위기를 극복하여 오늘의 자랑스러운 자유대한민국을 건설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그 역사의 뿌리가 바로 건국 당시의 한민당과 그 후예인 민주당(1955년 창당)이란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그 반공전통의 가치를 되살려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21세기 자유민주정당임을 입증해주기 바란다. 이런 뜻에서 현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인 김민석 의원이 2018년 2월 민주연구원장으로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을 주목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정당으로는 한민당, 공화당, 민정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노선과 세력에게는 진정한 '애국', '자유', '민주'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발언은 한민당이 이승만 대통령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건국한 정당이니 민주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섬뜩한 역사의식의 발로다. 환부역조(換父易祖),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꾸는 족보 조작이다. 상대정당을 일절 인정하지 않고 일당정치에 올인하겠다는 생각인가. 아니라면 국민과 국가를 섬기기 위한 공정한 경쟁을 하는 정당 정치가 자리 잡기를 온 국민은 기대한다.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면.
손대오 전 세계일보 편집인 주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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