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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역사문화마을 만들기로 지역활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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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6. 17:25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안동의 하회마을 지척까지 도달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맹렬하게 번져나가는 산불로부터 소중한 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고운사를 비롯 산불에 소실된 문화유산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지만, 다행히도 600년 역사의 하회마을은 민관의 필사적인 합동대응으로 화마를 막을 수 있었다. 산불로부터 하회마을이 무사하기를 노심초사하며 걱정한 것은 필자가 충남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에 살기에 마치 나의 일처럼 느껴졌으며, 하회마을이 역사문화마을로서 가지는 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 분들께서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마을 중에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민속마을이 몇 개인지 알고 계시는가. 2024년 기준으로 8개이다. 경상북도에 5개 민속마을이 있고,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과 제주도의 성읍마을 그리고 아산의 외암마을이 국가지정 민속마을이다. 그런데 왜 국가가 나서서 민속마을을 지정하고 국가예산을 들여서 보존할까. 민속마을은 옛날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마을에 현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통해 그 지역의 선조들이 어떤 집과 환경에서 살았는지,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 등을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인 것이다. 민속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는 영화세트장 같은 민속촌과는 달리 의식주를 바탕으로 한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의 주민과 학생들에게 전통문화를 교육하며, 난개발로부터 지역의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관광지로 인식되어 관광객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보면 지역의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한 민속마을의 역할과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지금 같은 지방소멸 시대에 읍·면 단위에 위치한 민속마을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지시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민속마을이 지역의 외곽에 위치하여 조선시대의 생활양식을 보존한다면, 근대 역사문화마을은 비교적 번화한 도시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근대의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인천의 개항장 역사문화거리와 군산의 근대역사거리 시간여행마을은 개화기와 일제 식민지시대에 항구라는 이점을 살려 전국적으로 번성했던 곳 이었다. 그러나 원도심 쇠퇴와 더불어 건물이 노후화되고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람이 떠나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하지만 역사·문화가 바탕이 된 도시재생사업을 비롯 다양한 문화사업이 근대 역사문화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낡은 건물이 리모델링되고,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변모되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대구의 근대문화골목과 광주 양림동의 근대 역사문화마을은 항구도시였던 인천, 군산과 달리 선교사 사택을 중심으로 근대 역사문화마을을 만들어서 성공사례가 되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근대에 조성된 건물과 거리를 배경으로 역사문화마을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에서 집중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우려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해서 근대 역사문화마을을 조성하였는데, 찾는 사람이 없는 따분한 공간이 되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전문가가 만들어준 계획을 따라 하다 보니 창의성도 부족하고 차별화 지점도 찾기 어렵다. 공간을 채울 콘텐츠도 부족하며, 주변 관광지와 연계도 어렵다. 심지어 애써 유치한 청년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버려 빈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당장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주민과 예술가들이 협동하여 기존과는 다른 방법과 다른 시각으로 지역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지역의 자원들을 재배치·재창조한다. 이 과정 속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민관 협업을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군산의 시간여행마을도 전주의 한옥마을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노력하여 만들어졌고 그곳만의 매력을 축적하는 과정 속에서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역사문화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매력적인 일인 것이다.

/문화실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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