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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냄새가 난다” 강진 덮친 미얀마…민주진영 “일시휴전”에 군부는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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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30. 17:35

MYANMAR-QUAKE/ <YONHAP NO-1263> (REUTERS)
29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사원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600명을 넘어섰다. 동남아시아 최빈국, 열악한 인프라와 군부 독재로 인한 내전 등으로 이미 위기 상태에 놓인 미얀마에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부 독재에 맞서고 있는 민주진영은 지진 피해 수습과 구호활동을 위해 2주간 휴전을 발표했지만 군부는 지진으로 인한 참사 와중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 "맨 손으로 잔해 파헤치고 있다" 아수라장 된 미얀마
미얀마에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오후 12시 50분께 중부 내륙 지방, 인구 150만의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규모 6.4의 지진 등 여러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진원지의 깊이가 10㎞에 불과해 만달레이·사가잉·수도 네피도 등은 물론 1000㎞ 떨어진 태국 방콕에까지 여파가 미쳤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진이 발생한 만달레이를 포함해 사가잉·네피도·바고·샨·마그웨이 등 6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만달레이에 거주하는 야민 에이(가명)씨는 본지에 28일 지진 발생 당시 상황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눈 앞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밖에 있던 사람들도 무너지는 건물 파편에 맞거나 깔렸다. 모두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직후 "아직은 인터넷이나 통신에 문제는 없는 것 같다"던 야민 에이씨는 "인터넷 접속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수도와 전기도 끊기고 있다"며 29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그가 전한 마지막 상황은 "사람들이 건물 잔해를 맨 손으로 파헤치고 있다. 당장 건물에 묻힌 사람들만 1000~2000명은 된다는 구조대원의 이야기를 들었다"와 "(군사)정부가 지원을 보냈다는데 보이지 않는다"였다.

미얀마 반(反)군부 시민단체의 소식통 역시 본지에 "만달레이와 사가잉의 피해상황이 특히 심각하다"며 "말이 구조작업이지 장비조차 제대로 없어 사실상 잔해들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이 되고 있다. 현장에선 이미 죽음의 냄새(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29일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이번 지진으로 인해 1644명이 사망하고 3408명이 다치고 139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얀마의 열악한 인프라와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강화된 통신·인터넷 검열, 내전 상태 등으로 실제 피해상황은 더욱 더 클 것으로 보인다.

MYANMAR-QUAKE/ <YONHAP NO-0571> (REUTERS)
강진으로 붕괴된 미얀마 만달레이 건물 잔해에서 29일(현지시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구조대원들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구호활동 위해 반군부 투쟁 중단" 군부는 참사 와중에도 공습
2021년 2월 아웅산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이끌던 민선정부를 전복한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전국이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와 이후 내전이 이어지며 미얀마에서는 3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000만 명이 '극한 위기'에 놓여 있다.

군부에 맞서고 있는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는 29일 밤 지진 피해 수습과 구호 활동을 위해 일시 휴전한다고 발표했다. NUG는 산하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이 지진 피해 지역에서 30일부터 2주간 공격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또 "우리가 통제하는 지역에서 유엔 및 국제 비정부기구(NGO)들과 협력해 구조 및 의료 임시 캠프 설치, 안전 확보, 물자 수송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P통신은 군부가 지진 발생 이후에도 반군부 세력의 근거지 여러 곳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지진 발생 채 3시간도 지나지 않은 28일 오후에는 만달레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나웅초에서 폭격으로 7명이 사망했다. 이 밖에도 태국과 국경 인근 지역까지 광범위한 공습이 이뤄졌다.

이 같은 군부의 행태로 구호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구호 물자가 도착하더라도 군부가 과거 민주진영에 우호적이거나 소수민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엔 지원 활동을 제한해 왔던 행태를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조사위원은 "군부는 인도적 지원을 무기로 삼아 자신들이 장악한 곳에는 보내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막았다"며 "이번에도 반복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 군정 "외부 원조 수용 준비 돼"…국제사회 지원 속속
그간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정치적 이유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해왔던 미얀마는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군정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도 나서서 "외부의 원조를 수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와 더욱 '밀착'한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섰다. 중국은 구호에 필요한 장비들과 함께 135명 이상의 구조대원과 전문가들을 파견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약 1380만 달러(약 203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도 구호 물자와 120명의 구조대, 의료팀 등을 급파했다.

인도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도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유엔도 미얀마 복구 작업에 500만 달러(약 74억원)을 1차로 배정했다.유럽연합(EU)도 긴급 지원금으로 250만 유로(약 40억원)을 우선 배정했다. 한국 외교부도 미얀마에 200만달러(약 29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프라 파괴 등 피해 상황이 심각해 구호 작업에도 차질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도인 네피도, 제1의 도시인 양곤과 만달레이의 고속도로가 심각하게 파괴된 상황이다. 만달레이 국제공항과 주요 도로·교량 등은 물론 공공기관·병원 등의 피해도 큰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은 "파괴된 인프라가 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문들이 무너져 내린 만달레이에선 수 천명의 주민들이 여진을 걱정하며 거리에서 밤을 보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필품과 의료품도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Myanmar Earthquake <YONHAP NO-1314> (AP)
29일 미얀마 만달레이 강진 피해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는 구조대원들의 모습/AP 연합뉴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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