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 진출국은 일본·이란·오만·사우디
한국은 불모지지만, 콘텐츠 시대에 어울리는 ‘보여주는 스포츠’로 가능성 충분
|
비치사커 아시안컵 현장을 처음 찾은 필자는 순간 착각했다. 여긴 경기장인가, 아니면 해변 축제의 한 장면인가.
올해 비치사커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는 태국 파타야 좀티엔 비치는 말 그대로 여름 한가운데를 닮았다. 뜨거운 모래 위에서 맨발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경쾌한 음악, 관중석 한편에서 터지는 응원가와 함성. 경기장 옆에선 아이들이 물총 싸움을 벌이고 있고, 관중은 자유롭게 경기를 즐긴다. 수영복 차림으로 온 가족이 응원석에 앉아 열띤 응원을 펼치고, 관광객들은 경기 중간중간 자유롭게 오가며 모래사장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경기장이라는 말보다 '해변 놀이터'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다.
"이건 그냥 스포츠가 아니야. 이건 페스티벌이야."
대회 관계자의 짧은 말처럼, 비치사커는 단순한 종목을 넘어 하나의 문화 경험에 가깝다.
|
비치사커는 정통 축구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경기장은 작고, 시간은 짧고, 공은 언제든 공중으로 떠오른다.
바운스가 심한 모래 위에서는 패스보다 슛, 드리블보다도 공중에서 움직이는 공을 다루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아크로바틱하고, 자주 등장하는 오버헤드킥은 일종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경기 내내 이어지는 다이빙 세이브, 발끝의 절묘한 컨트롤, 의외성 가득한 슛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다.
"공을 땅에 놓고 하는 축구가 아니라, 거의 항상 떠 있는 공을 두고 싸운다. 경기 자체가 서사다."
현지 관계자의 표현처럼, 비치사커는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다. 12분 3피리어드, 총 36분의 경기에 10골 이상이 흔한 이 종목은 보는 이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장 밖의 열기까지 더해지면, 그날의 한 경기는 하나의 '쇼'가 된다.
|
이번 대회 8강전도 관중들의 열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홈팀 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3-4로 아쉽게 패했다. 경기 막판까지 따라붙은 태국의 투혼은 홈 관중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일본은 레바논을 8-3으로 꺾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다시금 입증했고, 이란은 바레인을 11-0으로 대파하며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오만 역시 UAE를 7-2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이에 따라 오는 4강전에서는 일본-오만,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빅매치가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이란과 일본은 이번 대회 전승을 달리고 있는 강팀으로, 결승전에서 맞붙게 될 가능성도 높다. 축제의 열기 속에 대회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다.
|
문제는 한국이다. 비치사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참가하지 못했다. 전용 훈련장조차 없는 상황에서 대회 참가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에는 공식적인 리그도 없고, 선수 구성 역시 힘들다. 그만큼 이 종목에 대한 준비와 인프라는 사실상 전무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비치사커'의 매력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것이었다.
이 종목은 젊고, 빠르며, 무엇보다 관객 친화적이다. SNS와 영상 시대에 어울리는 '보여주는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짧고 화려한 경기, 자유롭고 활기찬 현장, 그리고 해변이라는 공간이 만드는 시각적 즐거움까지 - 콘텐츠화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이 종목은 충분히 확장 가능성이 있다.
비치사커 전용 경기장 하나, 동호회 대회 하나만 있어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지역 축제와 연계하거나, 여름 관광지에 이벤트성 리그를 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스포츠가 가진 '에너지'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건,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다.
"한 번쯤, 해변에서 축구 경험해 보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