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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승격까지 넘어야 했던 고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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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4. 21:49

유병훈 FC안양 감독 심층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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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특급 조나탄. 2023년 4월 4일 음주운전으로 60일 출장정지를 받고 안양과 계약 해지되며 K리그를 떠났다. / 사진=프로축구연맹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유병훈 FC안양 감독은 프로 감독 첫해에 K리그 1 승격을 달성했다. 국가대표로는 단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잡초류' 감독의 빛나는 성취다. FC안양은 시즌 개막 전 강등 1순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첫 세 경기를 1승 3패로 버티고 있다. 첫 세 경기는 모두 한 골 차, 박빙의 승부였고, 홈 개막전 김천과의 경기는 1-3으로 패했다. 그는 2025년 시즌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고 있을까. 유병훈 감독이 걸어온 길과 그의 금년 시즌 구상을 심층 인터뷰에 담는다.

- 피치 위에서뿐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도 팀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한데, FC안양의 경우에는 코스타리카 특급의 음주 사고도 있었다.

"22년도 6월이었다."

- 그때 그 사고가 없었으면 FC안양은 그해 승격이 가능했다.

"그렇다. 그때 조나탄 선수가 진짜 잘했다. 시작부터 골을 몰아쳐서, 10경기도 안 했는데 7~8골을 넣었다. 그래서 선수단 전체가 '올해는 뭔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팀에 지장을 줬고, 본인도 K리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 조나탄의 음주운전 사고가 없었다면 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라 다이렉트 승격도 가능했다고 본다. 그만큼 기세가 좋았다.

"조나탄 선수의 페이스가 정말 좋았다. 득점왕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뭔가 팀을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그 정도로 다른 선수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였다."

-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안양의 승격을 확신했던 선수가 있다. 2017년 나고야 그램퍼스, 2023년 김천 상무에서 두 번 승격을 경험한 선수다. 제가 인터뷰했는데, FC안양에서 승격하면 자기는 세 번 승격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승겸 선수다. 제가 '승격전도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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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에서 3번의 승격을 경험한 안양의 임승겸 선수./ 사진제공=안양시
- 작년 2024시즌 중간에 고비가 한 번 있었다. 3경기 연속 무득점에 7경기 연속 무승이었다. 3연패하고 겨우 비기고 헤매는 동안, 추격자들이 무섭게 따라 붙었다.

"그때가 작년 시즌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저도 감독 경험이 많이 없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잘못됐을 때 잡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잘하고 있을 때 분위기를 유지하고, 위기에 빠졌을 때 그걸 빨리 끊어내는 것이 감독이 중요한 임무다. 반성한다."

-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저희 팀이 상대한테 밀려서 졌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격을 많이 하고도 득점 못해서 0-1로 지는 경기가 이어졌다."

- 안양 홈경기에서 2위 팀 충남아산에게 0-1로 지면서 승점 차가 1경기 이내로 좁혀졌다.

"이때 엄청나게 경기력도 좋았고 찬스도 많았는데 졌다. 사실은 이 경기가 우승으로 가는 계기로 작동했다. 뒷이야기가 있다."

- 뭔가.

"경기 전날 야고 선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건 우리 팀 문화이기도 한데, 야고 선수를 조금이라도 달래주려고 선수들이 계속 패스를 줬다. 야고 선수가 이날만 세 번 1대1 찬스를 날렸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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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에이스 브라질리안 익스프레스 야고./ 사진제공=FC안양
- 감독으로서 화가 났나.

"솔직히 화가 났다. 프로팀이라면 이기는 게 우선인데 자기 득점 찬스에서도 슛을 안하고 야고 선수를 밀어주는 것이 보였으니까. 전반 끝나고 그랬다. '이기는 것이 야고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지금 뭐하는 거냐.' 그런데 팀이 하나로 뭉쳐진다는 느낌이 왔다. 사실은 제 책임도 크다."

- 무슨 말인가.

"제가 좀 소극적으로 선택했다. 그때는 승점을 많이 앞서고 있었고, 골 안 먹고 버티면 기회가 더 올 수도 있겠다고 봤다. 우리가 무리하게 하다가 실점하지 말고 지키려는 축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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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시즌 K2리그에서 압도적 선두를 질주하던 안양은 시즌 막판 연패로 다른 팀의 추격을 허용했다. 9월28일 33라운드 충남아산과의 홈경기에서 0-1로 패하며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사진=장원재 기자
- 지금은 포항에서 뛰는 충남 아산의 주닝요 선수가 그날 친구 야고 선수를 찾아가 위로하기도 했다. 여름에 FC안양이 한때는 2위 팀이랑 승점 9점 차까지 벌렸다가 맞아 맞아 여름에 3점 차이로 쫓겼다. 안양 스쿼드가 다른 팀에 비해서 두터워 보이지 않았다. 기왕에 그렇게 될 거였다면, 한 경기 정도는 신인 선수를 기용해서 팀 전체에 휴식을 줄 수는 없었을까. 물론 결과론이다.

"이건 우리 팀이 항상 가지고 있는 문제다."

- 2023년에도 1위로 가다가 여름에 기세가 꺾이고 결국은 다이렉트 승격을 못했다.

"그걸로 사실은 동기부여를 많이 했었다. 그 상황이 오기 전에 로테이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부상선수가 나오니까 자동적으로 벤치 멤버들이 많이 뛰었는데, 시기가 좀 늦은 감이 있었다."

- 무슨 말인가.

"시즌 마치고 든 생각이다. 일찍 기회를 줬다면 경험치가 쌓여서 신인 선수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 시즌엔 처음부터 선수를 폭넓게 기용하고 기회를 많이 줬다."

- 시즌 장기 구상이었나.

"그렇다. 그러니까 주전 선수들의 힘을 아끼겠다는 생각이었다.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두 경기 정도 선발로 뛰고, 그다음 경기는 중요한 순간에 교체로 나간다. 이렇게 조절해서 거기까지 끌고 갔는데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팀 주축 선수 중 30대가 많다 보니, 섬세하게 조절해도 시즌 막판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 고충이 많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선수 영입을 더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위 팀들에게 바짝 추격 당했을 때 선수들 모아놓고 '우리가 언제까지 2부에서만 있을 거냐?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는데, 기회를 또 놓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동기부여를 했다. 선수들 스스로가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고 하더라. 돌아보면, 그래도 부분적 로테이션을 통해서 선수들의 체력 배분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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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리그 승격 확정 후 환호하는 안양 응원단./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 언제 승격을 확신했나.

"시즌 4경기 남기고 부산 전이 마지막 고비였다. 어려운 터널을 지났다. 그 경기에서 지면 다이렉트 승격은 조금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 경기에서 대승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확 올라갔다. '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 나머지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기존에 하던 대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 마지막 경기 부천과의 경기가 0-0으로 끝났는데, 1-0이나 2-0으로 이겼으면 축제 분위기가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당연히 승리로서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승격'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우선이었다. 공격적으로 나가면 실점 위험도 커진다. 당시 2위팀 충남 아산의 기세가 너무 좋다 보니까 0-0으로라도 마무리해서 승격 확정하고 싶었다."

-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구단주, 감독, 코치, 서포터가 다 펑펑 울었다. 감동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 더 감동했던 건 그날 저녁이다. 선수단이 버스를 타고 안양 경기장으로 들어오는데 팬들이 가득 모여서 홍염을 터뜨리며 선수단을 환영했다. 개선장군 맞이하듯이 버스를 둘러싸고 춤을 췄다. 선수들이 버스 안에서 바깥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유 감독도 메가폰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했다.

"부천 경기장에서 경기 끝나고, 처음엔 그냥 기쁘기만 했지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근데 안양경기장으로 돌아올 때 팬들의 반응을 보고 '이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진짜 놀라고 황홀하고 가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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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리그 승격을 확정하고 안양으로 돌아온 선수단을 팬들이 홍염을 터뜨리며 격하게 환영했다.사진제공=FC안양
- 그날이 가장 짜릿했나 아니면 며칠 후 퍼레이드 때가 더 가슴 벅찼나.

"승격한 그 날, 승격한 당일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어웨이 경기였기 때문에 저희가 승격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다. 예의도 아니고...어쩄거나 승격 확정 전에는 뭐든지 조심하고 자제하자고 했다. 행사도 미리 준비하지 말자고 했다. 최대한 자제했다."

- 부천과 안양은 또 라이벌 관계가 있다.

"그렇다. 경기도 수도권 팀이고 둘 다 시민구단이다. 부천 이영민 감독님이 제 스승이기도 하다."- 자제를 한다고 해도 승격의 기쁨은 감출 수 없는 것 아닌가. "자연적으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상대방을 도발하거나 오버하지는 말자고 했다."

- 그래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전부 다 안양 원정응원석 쪽으로 가서 신나게 춤추고 승격을 자축했다. 부천 팬들도 박수 보내며 승격을 축하해 줬다.

"그전 안양 LG 시절부터 팀을 위해서, 안양을 위해서 응원하던 팬들이 구호도 따라하지 못하고 그냥 우는 걸 보고 저도 감정이 차올랐다. 진짜 '안양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같았다."

- 감정이 차오른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고 들었다.

"아내가 암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앞으로 방사선 치료 3번 정도 더 받으면 된다고 한다."

- 시즌 마지막에는 안양의 응원 구호는 딱 하나였다. '안양 승격!' 그 하나였다.

"그래서 부담스러웠지만 확실하게 동기부여도 됐다."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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