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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 위에서뿐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도 팀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한데, FC안양의 경우에는 코스타리카 특급의 음주 사고도 있었다.
"22년도 6월이었다."
- 그때 그 사고가 없었으면 FC안양은 그해 승격이 가능했다.
"그렇다. 그때 조나탄 선수가 진짜 잘했다. 시작부터 골을 몰아쳐서, 10경기도 안 했는데 7~8골을 넣었다. 그래서 선수단 전체가 '올해는 뭔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팀에 지장을 줬고, 본인도 K리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 조나탄의 음주운전 사고가 없었다면 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라 다이렉트 승격도 가능했다고 본다. 그만큼 기세가 좋았다.
"조나탄 선수의 페이스가 정말 좋았다. 득점왕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뭔가 팀을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그 정도로 다른 선수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였다."
-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안양의 승격을 확신했던 선수가 있다. 2017년 나고야 그램퍼스, 2023년 김천 상무에서 두 번 승격을 경험한 선수다. 제가 인터뷰했는데, FC안양에서 승격하면 자기는 세 번 승격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승겸 선수다. 제가 '승격전도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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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작년 시즌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저도 감독 경험이 많이 없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잘못됐을 때 잡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잘하고 있을 때 분위기를 유지하고, 위기에 빠졌을 때 그걸 빨리 끊어내는 것이 감독이 중요한 임무다. 반성한다."
-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저희 팀이 상대한테 밀려서 졌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격을 많이 하고도 득점 못해서 0-1로 지는 경기가 이어졌다."
- 안양 홈경기에서 2위 팀 충남아산에게 0-1로 지면서 승점 차가 1경기 이내로 좁혀졌다.
"이때 엄청나게 경기력도 좋았고 찬스도 많았는데 졌다. 사실은 이 경기가 우승으로 가는 계기로 작동했다. 뒷이야기가 있다."
- 뭔가.
"경기 전날 야고 선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건 우리 팀 문화이기도 한데, 야고 선수를 조금이라도 달래주려고 선수들이 계속 패스를 줬다. 야고 선수가 이날만 세 번 1대1 찬스를 날렸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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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화가 났다. 프로팀이라면 이기는 게 우선인데 자기 득점 찬스에서도 슛을 안하고 야고 선수를 밀어주는 것이 보였으니까. 전반 끝나고 그랬다. '이기는 것이 야고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지금 뭐하는 거냐.' 그런데 팀이 하나로 뭉쳐진다는 느낌이 왔다. 사실은 제 책임도 크다."
- 무슨 말인가.
"제가 좀 소극적으로 선택했다. 그때는 승점을 많이 앞서고 있었고, 골 안 먹고 버티면 기회가 더 올 수도 있겠다고 봤다. 우리가 무리하게 하다가 실점하지 말고 지키려는 축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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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팀이 항상 가지고 있는 문제다."
- 2023년에도 1위로 가다가 여름에 기세가 꺾이고 결국은 다이렉트 승격을 못했다.
"그걸로 사실은 동기부여를 많이 했었다. 그 상황이 오기 전에 로테이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부상선수가 나오니까 자동적으로 벤치 멤버들이 많이 뛰었는데, 시기가 좀 늦은 감이 있었다."
- 무슨 말인가.
"시즌 마치고 든 생각이다. 일찍 기회를 줬다면 경험치가 쌓여서 신인 선수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 시즌엔 처음부터 선수를 폭넓게 기용하고 기회를 많이 줬다."
- 시즌 장기 구상이었나.
"그렇다. 그러니까 주전 선수들의 힘을 아끼겠다는 생각이었다.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두 경기 정도 선발로 뛰고, 그다음 경기는 중요한 순간에 교체로 나간다. 이렇게 조절해서 거기까지 끌고 갔는데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팀 주축 선수 중 30대가 많다 보니, 섬세하게 조절해도 시즌 막판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 고충이 많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선수 영입을 더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위 팀들에게 바짝 추격 당했을 때 선수들 모아놓고 '우리가 언제까지 2부에서만 있을 거냐?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는데, 기회를 또 놓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동기부여를 했다. 선수들 스스로가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고 하더라. 돌아보면, 그래도 부분적 로테이션을 통해서 선수들의 체력 배분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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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4경기 남기고 부산 전이 마지막 고비였다. 어려운 터널을 지났다. 그 경기에서 지면 다이렉트 승격은 조금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 경기에서 대승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확 올라갔다. '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 나머지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기존에 하던 대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 마지막 경기 부천과의 경기가 0-0으로 끝났는데, 1-0이나 2-0으로 이겼으면 축제 분위기가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당연히 승리로서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승격'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우선이었다. 공격적으로 나가면 실점 위험도 커진다. 당시 2위팀 충남 아산의 기세가 너무 좋다 보니까 0-0으로라도 마무리해서 승격 확정하고 싶었다."
-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구단주, 감독, 코치, 서포터가 다 펑펑 울었다. 감동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 더 감동했던 건 그날 저녁이다. 선수단이 버스를 타고 안양 경기장으로 들어오는데 팬들이 가득 모여서 홍염을 터뜨리며 선수단을 환영했다. 개선장군 맞이하듯이 버스를 둘러싸고 춤을 췄다. 선수들이 버스 안에서 바깥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유 감독도 메가폰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했다.
"부천 경기장에서 경기 끝나고, 처음엔 그냥 기쁘기만 했지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근데 안양경기장으로 돌아올 때 팬들의 반응을 보고 '이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진짜 놀라고 황홀하고 가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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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한 그 날, 승격한 당일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어웨이 경기였기 때문에 저희가 승격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다. 예의도 아니고...어쩄거나 승격 확정 전에는 뭐든지 조심하고 자제하자고 했다. 행사도 미리 준비하지 말자고 했다. 최대한 자제했다."
- 부천과 안양은 또 라이벌 관계가 있다.
"그렇다. 경기도 수도권 팀이고 둘 다 시민구단이다. 부천 이영민 감독님이 제 스승이기도 하다."- 자제를 한다고 해도 승격의 기쁨은 감출 수 없는 것 아닌가. "자연적으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상대방을 도발하거나 오버하지는 말자고 했다."
- 그래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전부 다 안양 원정응원석 쪽으로 가서 신나게 춤추고 승격을 자축했다. 부천 팬들도 박수 보내며 승격을 축하해 줬다.
"그전 안양 LG 시절부터 팀을 위해서, 안양을 위해서 응원하던 팬들이 구호도 따라하지 못하고 그냥 우는 걸 보고 저도 감정이 차올랐다. 진짜 '안양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같았다."
- 감정이 차오른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고 들었다.
"아내가 암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앞으로 방사선 치료 3번 정도 더 받으면 된다고 한다."
- 시즌 마지막에는 안양의 응원 구호는 딱 하나였다. '안양 승격!' 그 하나였다.
"그래서 부담스러웠지만 확실하게 동기부여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