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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 신청 후 사태수습에 정신이 없는 홈플러스 관계자의 말이다. 처음에는 금융채무 상환을 유예해 금융 부담을 줄이고 영업활동을 통해 매달 들어오는 현금을 통해 밀린 납품대금 등을 처리하면서 경영정상화를 기대했을 거다. 하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라고 거론될 만큼 상황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사태 수습은 홈플러스의 계획과는 엇나갔다. 기업회생이란 최악의 카드를 꺼내드니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는 것이 당연지사. 지금은 재개하고 있지만 납품업체들은 물건 공급을 중단하고, 소비자들은 상품권 사용이 막힐까 사용하기에 바빴다. 기업 투자자, 일반 투자자, 금융권 할 것 없이 모두 자신의 '빚'부터 갚으라고 아우성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시장의 충격은 더했다. 기업회생은 통상 부도가 날 상황에서 기업이 꺼내드는 마지막 카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유상증자나 자산 매각 등 최소한의 방어도 하지 않은 채 기업회생부터 꺼내들었다.
홈플러스는 이런 상황을 예측 못 했을까. 지난해 티메프의 사태를 경험하고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이유인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홈플러스에 득이 될 수 없는 차악의 선택인 셈이다. 시장에서도 "부도가 난 것도 아닌데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금융채무 상환 유예로 숨통을 돌리겠다는 판단이었겠지만 기업회생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채로 과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홈플러스에 유리한 선택지는 아니다. 무책임한 선택에 따른 죄는 벌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홈플러스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홈플러스에 얽혀 있는 2만여명의 직원들, 1800여곳의 입점업체, 7000여곳의 입점 테넌트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빚을 갚아나가는 것만이 최선이다.
분명한 점은 지난해 티메프 사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하던 온라인 쇼핑과 달리 홈플러스는 전국 12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2위의 대형마트 사업자다. 현금으로 이뤄지는 유통업 특성상 매달 1000억~3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고 있고, 감정가액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소유 부동산이 있다.
어떻게든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만큼 과도한 몰아세우기는 결코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정상화의 과정에서 현재까지 홈플러스 뒤에 숨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역할도 동반돼야 한다. 죄는 벌하되 당장은 경영 정상화를 통한 안정화가 돼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