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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봄이 언제 올까 안달하게 만든다. 동백꽃은 지역에 따라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고지기를 반복하는데 입춘을 넘기면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파리의 진초록, 꽃의 붉음, 꽃술의 샛노란 빛깔이 이때부터 맑고 또렷해진다. 이러니 동백꽃이 아주 화사하고 탐스럽게 보인다면 봄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보는 재미도 있다. 꽃이 가지에서 떨어져도 붉은색을 쉽게 잃지 않으니 꽃 떨어진 자리에도 어김없이 붉은 융단이 깔린다. 이게 또 백미다. 해서 가지에 달린 꽃과 바닥에 떨어진 꽃을 모두 봐야 동백꽃을 제대로 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화도 봄의 전령이다. 매화는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 봄의 선두에 핀다. 동토에 뿌리를 내리고 눈 속에서 맑은 향기를 뿜는 매화를 옛 선비들은 고결함의 상징으로, 의지와 인고의 표상으로 여겨 흠모했다. 황량한 들판에 꿋꿋하게 핀 꽃 한 송이가 건네는 위로는 생각보다 크다.
매화와 비슷한 무렵 피는 산수유꽃은 꽃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꽃이다. 신기하게도 꽃에서 다시 꽃이 핀다. 꽃망울이 벌어지면 20여장의 샛노란 꽃잎이 돋고 이것들이 다시 차례로 터지며 꽃술이 수줍게 드러난다. 터진 꽃술은 왕관처럼 생겼는데 이게 또 참 예쁘다.
매화, 산수유꽃 지고나면 벚꽃이 흐드러진다. 팝콘처럼 피는 자태가 고상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가 또 볼만한 벚꽃이다. 여기에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까지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리면 산야는 꽃대궐이 되고 봄은 마침내 절정에 달한다.
봄꽃은 칼바람 씽씽 불어대던 겨울이 마침내 끝이 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해서 겨울이 매섭고 길수록 꽃을 기다리는 간절함도 커지기 마련이다. 힘겨운 계절을 버틴 민초들은 그래도 피어나는 꽃을 보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지금 꽃 이야기 이렇게 풀어 놓는 것도, 지난 겨울이 길고 매서웠는지, 유난히 꽃소식이 반갑게 들려서다.
상념 없이 상춘(賞春)에 나설 날을 기대하는 것이 다소 사치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올봄에는 기어코 꽃을 좀 보자.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핀다'고 했던가. 고운 볕발 받아 오글거리는 봄꽃은 눈(目)을 영롱하게 만들고 마음을 화사하게 바꾼다. 이런 상태로 세상을 보면 다툴 일이 뭐 있을까, 사랑하지 못할 것이 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3월부터 5월까지 '여행가는 봄' 캠페인을 추진한다. 교통·숙박·체험을 아우르는 폭넓은 할인과 다양한 국민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여행가는 달'로 지정된 3월에는 할인 프로모션과 참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전개한다. 숙박 할인권 30만장을 배포하고 KTX와 관광열차, 렌터카 등 교통 수단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어디로든 떠나서 '희망의 꽃' 한 송이 가슴에 꼭 품고 돌아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