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상속세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자감세’ 벗어나 경제 활력 높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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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편안에…경제계 "최고세율은 또 논외" 한숨
12일 정부의 상속세 개편 발표를 바라보는 경제계는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는 논의 조차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경제단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위상과 경쟁력을 고려하면 상속세 논의의 핵심인 최고세율 인하를 피해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데, '최대 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질 최고세율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는 25년 전 기준에 묶여 있어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한데다 세율을 낮추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계에선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로 경영권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의 계속성과 국가경제의 지속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이유' 보고서에서 "60%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지분이 40%로 감소돼 외부세력의 경영권탈취나 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지난 7일 상속세 최고세율을 30%까지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2025년 중견기업계 세제 건의'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중견련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포함해 증여세 30% 인하와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 OECD 선진국 수준으로의 세제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경제6단체도 지난달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개편안이 야당의 반발로 무산되자 공동성명을 내고 "과도한 상속세 부담 탓에 외국으로 떠난 기업, 해외 사모투자에 팔려나간 기업, 문을 닫은 기업들의 가치 유실과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개편을 촉구했다.
우리의 '2000년 체제'는 상속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세계 추세에도 역행한다. 미국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상속세율을 55%에서 40%로 단계적으로 낮췄다. 독일은 2000년 최고세율을 35%에서 30%로 인하했고, 이탈리아도 기존 27%에서 4%까지 끌어내렸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등은 아예 상속세 개념을 지워버렸다.
상속세를 기업 관점에서 보면 더 지독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로 인해 재원 마련 과정에서의 경영권 분쟁과 투자 약화, 주가부양 제약 등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거나 승계 포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부가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속은 기업의 경제적 부를 대대로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세대를 건널 때마다 기업의 재산이 국가에 약탈당하는 지경"이라며 "이런 나라의 기업인과 기업들에 무슨 의욕과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비롯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속·증여세는 물론 투자 세제 지원 체계를 과감히 개선해 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혁신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고,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요국 세제를 참고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지원해 경제활력을 높일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