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넨버그 감독의 문제작 '크래쉬' 디렉터스 컷 버전으로 귀환
중장년층 관객들 향수 달래…신작 부족한 극장가의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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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원조'로 불리는 '쉬리'는 오는 19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지난 1999년 개봉 당시 62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1000만 관객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린지 26년만이다.
강제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한석규·최민식·송강호·김윤진이 출연한 이 영화는 남북한 특수요원들의 숨 막히는 대결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더해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또 국내 각종 영화상의 주요 부문을 휩쓸다시피 하며 한국 영화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재개봉판은 4K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한결 선명해진 화질과 음향을 자랑한다는 게 배급사인 CJ ENM의 설명이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검열 파문을 일으켰던 '크래쉬'도 '크래쉬: 디렉터스 컷'이란 제목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이달 중 재개봉한다.
보디 호러의 개척자로 칭송받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차량 충돌로 성적 욕망을 풀어낸 이 작품은 29년전 첫 공개 때 삭제됐던 장면들이 모두 복원된 버전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출자의 의도를 온전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작품에 주로 집중됐었던 재개봉 유행이 이처럼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지금의 모습은 갈수록 불황속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004년 첫 개봉 이후 무려 세 차례나 재개봉한 '노트북'과 2014년에 처음 상영됐던 '비긴 어게인' 등처럼 확실한 팬덤을 지닌 영화들이 지난해까지 재상영 열풍을 주도한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20~30대 시절 영화 마니아를 자처했던 50대 이상 관객들의 추억 소환을 돕는 작품들까지도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개봉작들의 편수가 늘어나면서 면면도 다양해지고 있는 현상이 퇴행적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극장 산업을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외화 수입업계 종사자는 "이 모든 게 한국 영화고 외화고 할 것 없이 극장용 신작이 턱없이 부족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단기적인 처방"이라며 "지난해 재개봉작 편수가 228편이었는데, 올해는 역대 최다였던 2020년의 264편에 더 근접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