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서 총체적 부진
현대차·기아,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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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 속 공교롭게도 현대차와 기아가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과 경쟁력을 갖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테슬라의 1분기 판매 실적 추정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월가의 UBS그룹은 1분기 판매량 추정치를 36만대로 낮춰 잡았다. 당초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컨센서스는 42만대 수준이었다.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 감소세가 뚜렷하다. 미국에서 1~2월 판매량은 8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고, 유럽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2만대를 기록하며 43%나 줄었다. 유럽 최대 시장 독일에서 지난 1∼2월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는 작년 대비 약 70% 급감하기도 했다. 중국에선 1~2월 전년 대비 29% 감소한 9만 3900여대에 그쳤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 공장의 테슬라 출하량은 49% 감소해 202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몸 담은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는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어진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소비자 신뢰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테슬라 신차들이 보관돼 있던 시애틀 시내 주차장에서 사이버트럭 4대가 한번에 불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현지 언론에선 "머스크를 지지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도 테슬라 구매를 두 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슬라의 하락세 속에서 전기차 시장의 재편이 본격화될 조짐도 보인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테슬라의 빈자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 보이콧' 흐름이 온전히 반영되진 않았지만, 이미 지난 1월 테슬라의 중국 제외 글로벌 인도량은 5만 7000대로 전년 대비 14.7% 감소했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이 68.5% 성장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고, 현대차와 기아도 8.4% 증가한 3만 7000대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는 1~2월 각각 3731대, 3989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 3.8%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점유율을 잃으면 그 시장은 자연스럽게 다른 업체가 가져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며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러한 흐름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테슬라는 모델 Y 신형 인도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차 라인업이 한정적이며 가격대 또한 제한적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모델을 보유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기존 마니아층의 구매가 끝난 상태에서 이제는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는 실리적 소비자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문제가 돼 왔던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겹쳐지면서 테슬라에 대한 과대평가됐던 부분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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