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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농촌빈집은행'을 연내 도입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빈집은행은 농촌 내 매물화된 빈집 정보를 지역별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그간 농촌 빈집 매물은 개인이 발품을 팔아 찾아야 했기에 이런 수고를 덜어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당시 송 장관은 빈집 거래 활성화로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이나 청년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도 전했다.
계획과는 달리 농식품부는 올해 3월에서야 빈집은행 사업에 참여할 지방자치단체, 관리기관, 공인중개사 모집에 나섰다.
도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대기업의 외면'이다. 농식품부는 대중적 인지도가 큰 네이버부동산, 다방, 직방 등과 협조해 플랫폼 내 '빈집은행' 탭을 추가하는 등 그림을 그렸지만 기업의 사업 참여 의지가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집은행에 참여하는 공인중개사가 기존에 부동산을 관리하던 방식처럼 빈집 매물을 해당 플랫폼에 게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농식품부 구상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제는 낮은 사업성이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2023년 기준 전국에 있는 농촌 빈집은 6만5000여 호인데 이 중 리모델링해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은 2만8000여 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영역은 사업성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입장에선 적은 규모의 매물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수고가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빈집은행 도입과 함께 언급된 '농촌빈집특별법(가칭)' 제정도 지지부진하다. 특별법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빈집 정비 관련 역할을 정립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정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역시 지난해 입법 추진을 목표로 했지만 '양곡법' 등 쟁점법안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했다.
농업·농촌 현안은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 쉽다.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인식도 조사 결과 농업·농촌 문제가 '자신과 관련이 많다'는 응답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식품부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 정책 동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범정부적 관심과 재정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빈집은행 등 정책은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을 살리기 위한 농식품부의 심폐소생술(CPR) 중 하나다. 농식품부의 가슴압막만으로 숨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손이 더 필요하다.
압박 속도가 느려져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땐 우리 농업·농촌을 되살릴 수 없다. 당사자들만 애쓰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전향적 태도를 기반으로 한 모두의 리그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