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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오디세이] ‘기호지세’로 시총 8兆 훌쩍… 기술력+다변화 ‘초격차’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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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03. 10. 17:51

한미반도체 <中>
AI 반도체 특수 업고 역대 최대 실적
후발주자 추격 속 판로 확대 등 집중
곽동신 회장, 주주가치 제고도 앞장
한미반도체의 지난 1년은 '기호지세(騎虎之勢)'의 시간이었다. 전 세계적인 AI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무려 세 자릿수를 나타냈다. 창사 45년 만에 시가총액 8조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창업주 고(故) 곽노권 회장은 40년 넘게 기틀을 다졌고, 2세 곽동신 회장은 선대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한미반도체의 목표는 '초격차'다. 주력 장비인 TC본더 분야에서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장비 성능과 기술력으로 뿌리친다는 전략이다. 고객군도 넓힌다. 특정 기업 편중도를 낮춰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주주가치 제고 행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술력+다변화…TC본더 '초격차'

한미반도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589억원, 2554억원. 1년 새 매출은 251%, 영업이익은 638% 급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6%다. 매출은 2005년 코스피 상장 당시와 비교해 8배 늘었다. 실적에 날개를 달아준 건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이다. AI 열풍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들의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한미반도체는 HBM 후공정 장비인 TC본더 분야 선두주자다. 2016년까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며, 현재 전 세계 6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다. 최대 고객사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다.

지난해 미국 마이크론과 거래를 트기 전까지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해 왔다. 지난해 TC본더 매출의 70% 이상이 SK하이닉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다는 게 한미반도체의 얘기다.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 등 잠재 리스크가 많아서다.

이런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한미반도체는 곽동신 회장 주도 아래 기술 경쟁력 차별화와 거래처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최근 선보인 'TC본더 그리핀 슈퍼 본딩 헤드'가 대표적이다. 기존 장비의 생산성과 정밀도를 높인 제품이다. 올해는 차세대 제품인 플럭스리스·하이브리드 TC본더 개발에 집중한다.

거래처 다변화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미국 마이크론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새로운 판로 확대 기회도 모색 중이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미반도체는 HBM TC본더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HBM 생산을 현지화하려 하고 있어 잠재적 매출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동신標 주주가치 제고도 '눈길'

중견 장비사답지 않게 한미반도체는 주가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곽동신 회장이 누구보다 주가 흐름에 민감하다.

반도체 장비 사업 특성상 대외여건 변화가 주가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방 산업은 물론 주요 시장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주가가 출렁이기 일쑤다. 실제로 올 들어 한미반도체는 외형 성장에 비해 주가 흐름이 아쉽다. 지난 1월 '저비용·고효율'을 앞세운 중국의 AI 모델 '딥시크' 등장 등의 여파로 주가가 부진했다.

한미반도체는 이 같은 외생변수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 지난달에는 130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회사 측은 지난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78% 수준이다. 573억원어치는 이미 소각했고, 오는 5월까지 1300억원어치를 추가 소각할 방침이다.

곽동신 회장도 개인자금을 활용해 2023년부터 4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취득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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