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실패" 시장예상 뒤엎고 유통 원톱
"새 패러다임 전환 없는 한 강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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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힘은 '물류경쟁력'에서 나온다. 로켓배송의 탄생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온라인 쇼핑 고객들의 불편사항(페인포인트)으로 지목되던 배송 불확실성과 배송비 부담을 로켓배송이란 혁명으로 해결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게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의도였다. 로켓배송 출범 초기만 해도 모두가 쿠팡의 실패를 장담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분위기는 반전됐다. 전국의 70%가 넘는 지역이 쿠세권화(로켓배송 권역)되면서 쿠팡은 따라올 자 없는 유통강자가 됐다.
◇물류투자만 10조…쿠팡 유니버스 탄생
6조2000억원.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을 론칭한 이후 지난 10년간 물류센터 구축에 투자한 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3조원 추가 투자 물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전국에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100% '쿠세권'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탄탄한 물류인프라를 앞세워 쿠팡은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전통의 유통강자들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2014년 이전까지 국내 유통은 롯데·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 등 전통의 유통기업들이 주도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쿠팡이 익일배송·직접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선보이면서다. 10년 전만 해도 온라인 쇼핑에 '빠른 배송'은 핵심 경쟁력이 아니었다. 배송은 택배사의 권한이고, 물류투자비를 가격 경쟁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로켓배송 론칭에 앞서 동일한 택비서비스와 로켓배송 두 실험군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배송으로 인한 구매 경험이 좋지 않으면 고객의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점에 주목했다. 고객이 쿠팡을 계속해서 이용하게 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곧 쿠팡의 경쟁력임을 인지했다. 2023년 첫 연간 흑자 6170억원을 기록하기 전까지 누적적자 6조1891억원이 쌓였지만 꿋꿋이 물류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유통 시장 판을 뒤흔든 '메기' 쿠팡
로켓배송은 지금의 쿠팡을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쿠팡이 국내 단일 유통사 중 처음으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원동력도 이것이다. 쿠팡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4년 로켓배송 초기에 생필품 위주로 다뤘던 품목을 무한 확장하는 실험에 나섰다. 2019년에는 신선식품 배송인 로켓프레시와 새벽배송을 론칭했다. 로켓배송이 유통시장을 뒤흔들었다면, 로켓프레시와 새벽배송은 유통을 넘어 식품, 쇼핑 문화까지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 쿠팡이라는 '메기'의 등장은 시장 판도를 일거에 바꿨다. 배송품질이 고객들의 재구매 의사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쿠팡의 사례를 통해 보고 배운 온·오프라인 경쟁사들도 이후 물류 투자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022년 말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통의 강자' 신세계그룹은 CJ그룹와 사업제휴를 맺고 CJ대한통운의 물류망을 활용하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배송 소요시간이 꽤 걸렸던 홈쇼핑업체들도 지금은 새벽배송·당일배송 등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모두가 '쿠팡 따라잡기'에 나선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로켓배송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함으로써 시장을 바꿔냈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는 한, 쿠팡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