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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예술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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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06. 08:14

공직을 넘어 예술로, 무대와 화폭에 담은 삶의 이야기
연극, 시, 그림… 예술 속에서 찾은 두 번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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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대중 앞에 선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국세청 차장을 역임하며 공직 생활을 했던 이석희 전 차장이 이번에는 예술가로서 대중 앞에 섰다. 그는 연극, 시, 그림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시화전을 개최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예술 철학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예술의 시작, 그리고 시화전

Q. 이번 시화전을 개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1998년에 미국에 갔다가 약 6년 뒤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 기간 동안 여행도 하고 여러 가지를 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도자기를 굽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문득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정리할 시기가 된 것 같아 시화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Q. 공직자이면서도 꾸준히 예술 활동을 이어오셨는데, 예술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경기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극반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서도 연극반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4년 내내 연극을 했죠. 공직에 들어선 후에는 연극을 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후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화동연우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화동연우회, 30년의 역사...

Q. 화동연우회가 창립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연극은 말 몇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장치부터 의상까지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동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극단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연극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화동연우회를 운영하면서 정치계에 진출한 동문들을 무대에 세우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손학규, 서상목, 김근태 같은 동문들이 있었는데, 연극을 통해 정치인들에게도 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어요. 연극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바랐죠."


연극 '리회장 시해 사건'의 주인공이 되다

Q. 연극 '리회장 시해 사건'은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입니다. 주인공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광림 연출가가 고등학교 후배였어요. 제주도에서 가족과 여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형님이 이 배역을 맡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베테랑 연극배우도 아닌 제가 주인공을 맡아야 한다니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의 간절한 설득에 넘어가 도전하게 됐습니다."

Q. 이 작품을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서울 법대도 남학생이 많았고, 경기고등학교도 남학교라 연극을 할 때 여배우가 없었어요. 그런데 '리회장 시해 사건'에서는 제가 유일한 남자 배우였고, 나머지는 모두 여배우들이었어요. 이런 경험이 없었기에 몇 달 동안 함께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한 시간이 참 기억에남습니다."


그림과 시, 그리고 창작의 의미

Q. 시와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선친께서 학창 시절에 그림을 좋아하셨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서 '네 아버지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시더군요. 그 담임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하고 옛날 학교 동기동창이었기 때문에 아셨던 거에요 . 그렇게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는 창작 활동을 할 시간이 없었지만, 틀에 짜인 삶 속에서 예술을 통해 일탈을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사군자로 시작했는데, 혼자 연습하면서 점점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Q. 이번 시화전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석류와 장닭'이라는 작품입니다. 석류는 다산을 의미하고, 장닭은 남자의 벼슬을 상징하죠. 제 아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며느리는 다산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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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예술을 꿈꾸는 이들에게

Q.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참지 말고 도전해야 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반드시 전문적인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노래를 부르든,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던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문화예술과 관련해서 특별한 목표는 없습니다. 다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술을 이어가는 후배들을 돕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보태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Q. 전시회를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결국 길은 열리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은 공직자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창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예술을 통해 인생을 정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전시회는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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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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