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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폐지냐, 개편이냐”… 기로에 선 ‘임대차 2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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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3. 05. 14:34

국토연구원, 제도 폐지 등 4개 대안 제시
정부,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개편 착수
임대인 “시장 정상화” vs 임차인 “주거 불안 야기”
야당 반대 등 개편 때까지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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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로 시행 5년 차를 맞은 주택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개선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들 모습./연합뉴스
"폐지냐, 수정·보완이냐".

올해로 시행 5년차를 맞은 주택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존폐 기로에 섰다. 제도의 폐지 내지 개편(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국토교통부가 검토 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대차 2법 운명을 놓고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도인 만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매물 감소와 '이중가격'(신규 임대차 계약과 갱신 계약 전셋값 격차가 벌어지는 것) 형성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폐지 내지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도 임대차 2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폐지와 부분 개편을 놓고선 이견을 보인다.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미 4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없애거나 수정할 경우 오히려 시장 혼란과 불안을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시행 4년여만에 수술대 오른 임대차 2법…국토부 "다각적으로 검토"

임대차 2법이 시행 4년여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주택 임대차 관련법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주택 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다. 이 보고서는 국토부가 발주한 연구 용역 결과로,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과 한국민사법학회가 연구를 공동 수행했다.

국토연구원은 2022년 9월 연구에 나서 지난해 4월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당 보고서를 최근 행정안전부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뒤늦게 공개했다. 국토부는 "연구 보고서는 제도 도입 초기에 임대차 2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로, 보고서 내용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참고해 국회 등과 함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오는 3~4월 중 토론회를 열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임대차 2법은 전월세 계약을 '2+2년'으로 연장해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하고(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전월세상한제)이 핵심이다. 지난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임차인(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제도 시행 후 전세 매물 감소, 전셋값 급등, 이중가격 형성, 집주인과 세입자 갈등 등 부작용도 적잖게 발생하면서 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2법 폐지를 국정 과제로 추진해 왔으나, 야당 반대와 시장 혼란 우려 등에 따라 손보지 못했다.
중개업소 사진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 모습./연합뉴스
◇'폐지'·'지역별 운영'·'임대료 상한 조정' 등 4가지 대안 제시

국토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엔 현행 임대차 2법 폐지를 포함한 개선안 4개가 담겼다. △현행 제도 폐지(제도 도입 전 복귀) △지역별 지정제 도입 또는 지자체 위임 운영 △임대차 계약시 임대인·임차인 자율 적용 △임대료 상한 요율 조정 등이다.

첫 번째 대안은 현행 제도의 전면 폐지다. 임대차 2법 도입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전월세 계약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중가격 문제를 해소하고 계약 갱신을 둘러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임차인 입장에선 새 임대차 계약을 자주 맺어야 하면서 거주 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고, 정책 변화로 인한 국민 피로감이 증가하는 것은 단점으로 꼽혔다.

연구원은 임대차 2법 폐지 시 전셋값이 급등하는 지역에 대해선 1~2년 유예 기간을 적용하고, 기존 임차인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및 계약 갱신 임대인(집주인)에 대한 혜택 유지 등 보완 장치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두 번째 대안은 토지거래허가구역처럼 임대차 2법을 지역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크게 오른 곳은 '임대차 특별지역'(가칭)으로 지정해 현행 임대차 2법을 유지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자유롭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한 제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전세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맞춤형 정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지역별 지정제 방식이 도입되면 지역마다 전셋값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고, 지자체별 행정 비용 발생 및 정책의 복합성이 증가하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세 번째 대안은 임대차 2법은 그대로 두되,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을 맺을 때 계약갱신요구권 적용 여부와 임대료 인상률을 협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폐지는 아니기 때문에 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을 줄일 수 있고, 임차인의 거주 기간에 관한 선택권을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중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특히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선 임대인의 협상력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세입자 주거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네 번째 대안은 임대료 상한 요율을 현행 5%에서 7~10%로 높이거나, 특정 저가 주택에만 임대차 2법 적용을 한정해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신규 계약 시 과도한 가격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 완화로 인해 임대인의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시장의 안정도 도모하려는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임대료 상한 비율을 얼마로 조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고, 임대료 인상폭 조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보고서는 각 대안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기존 임차인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 유지 및 임대인 혜택 △부동산 하락기에 적용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후 임차인의 일방적 계약 해지 제한 △임대차 계약서 구체화 △계약기간 2+1+1 유도 등이다.

아파트 사진(3.5)
시장에서는 임대차 2법 전면 폐지보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연합뉴스
◇제도 안착에… 전문가들 "폐지보단 수정·보완이 바람직"

연구 보고서에 담긴 4개 방안을 토대로 임대차 2법이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보고서를 참고해 국회 등과 함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시장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 2법 개편 검토 소식에 시장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임대인들은 그동안 4년 장기계약 의무화와 5% 임대료 상한제로 막혔던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춘 임대료 조정이 가능해지고 줄어들었던 전세 매물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임차인들은 거주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할 수 있고, 임대료 상한이 7~10%로 조정되면 주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세 대출을 이용한 주거비 절감이 어려워지고 월세로 밀려나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임대차 2법 '폐지'부터 '핀셋 개편'(지역별 차등 적용)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임대차 2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폐지나 보완 등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도 개선의 폭에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이미 4년이 지나 어떤 방식의 개편안을 적용하든 시장 혼란을 피할 수 없으니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한 소폭 개편이 좋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전면 폐지보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행 4년이 지나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데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임대차 2법 폐지가 시장 혼란과 가격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많은 전문가들도 임대차 2법의 완전 폐지보다는 보완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셋값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제도 폐지는 시장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 반대 등 진통 예상… 제도 개선 무산 관측도

임대차 2법 개편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제도를 바꾸려면 법 개정이 필수인데, 탄핵 정국으로 국정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소야대인 국회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2법 폐지는 물론 개편도 반대하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임대차 2법 개편 자체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결국 피해는 시장 참여자들이 볼 수밖에 없다. 여야가 장기적 관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임대차 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 공급 부족에 있다. 따라서 임대차 2법 손질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 개선을 통해 뒤틀린 임대차 시장의 불합리성과 혼란을 바로 잡더라도, 전세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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