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는 호주의 대표적인 외래종으로 1788년 영국 선박에 실려 호주에 도착했다. 이후 1859년 빅토리아 남서부에 토끼를 방목한 이후 급속히 퍼져나가 1920년에는 개체수가 100억 마리에 다다랐다.
토끼로 인한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야생 토끼가 식물을 뜯어 먹으면서 서식지 인근이 사막화 되기도 하고, 이들 식물에 의존해 왔던 토착 동물의 먹이가 사라지면서 매년 새로운 종들이 멸종 위기 목록에 추가되고 있다.
호주의 '토끼와의 전쟁' 역사는 백 년이 넘었다. 호주의 최고 과학 기관인 연방 과학 산업 연구기관(CSIRO)은 1950년에 토끼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세계 최초의 척추동물 해충 생물학적 방제를 발표했다. 믹소마토시스 또는 믹소로 알려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토끼의 약 99.8%가 죽었다. 하지만 번식력이 강한 토끼들은 이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30년 만에 개체 수를 다시 3억 마리 이상으로 늘렸다.
바이러스 사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1980년 대에는 토끼 고기와 모피 산업육성을 통해 수천만 마리의 토끼 개체수를 줄였지만, 전체 토끼 개체수 감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5년 남호주 연구소에서 실험 중이던 토끼 출혈성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다시 전체 토끼의 98%가 줄어들었다. 호주가 마지막으로 바이러스를 살포한 것은 2017년으로 당시 토끼 개체 수는 3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토끼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최근 동부 해안 전역에 걸쳐 몇 년 동안 평균 이상의 비가 내린 후 개체수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 약 2억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토끼 박멸을 위해 호주가 사용할 바이러스는 칼리시바이러스라고도 알려진 토끼 출혈성 질병 바이러스(RHDV-K5)로, 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에 섞여 살포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호흡곤란, 입과 코 출혈, 경련, 갑작스러운 죽음을 초래할 수 있고, 치료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는 토끼에게 백신주사를 놓을 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