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노랫말 입힌 조선왕실 행차음악, 국립국악원이 선보여
|
'보허자'가 창극과 궁중음악 공연으로 각각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가 13~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첫 선을 보이고, 국립국악원의 '행악과 보허자-하늘과 땅의 걸음'이 13~14일 예악당에서 베일을 벗는다.
국립창극단의 올해 첫 작품인 창극 '보허자'는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잡고 세조로 즉위한 수양대군과 유배된 뒤 사사(賜死) 당한 안평대군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계유정난이 일어난 뒤를 배경으로 안평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노비로 전락했다 면천되어 돌아온 안평의 딸 무심, '몽유도원도'를 그린 화가 안견이 안평의 흔적과 재회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동아연극상,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받으며 연극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김정 연출이 이 작품으로 처음 창극에 도전했다. 김정 연출은 "어디에도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떠도는 보허자의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라며 "꿈이자 희망이었던 '몽유도원도'를 향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를 대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김정 연출 외에도 배삼식 작가, 한승석 음악감독,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등 베테랑 제작진이 함께 한다. 낙원을 꿈꾸었으나 삶의 공허함만이 남은 안평 역에 김준수, 안평의 꿈을 그려낸 화가 안견 역에 유태평양 등 국립창극단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다.
|
보허자는 원래 1∼3악장 중 1장과 2장에만 가사가 붙어 있고 3장은 선율만 전해진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AI를 활용해 보허자의 3장 가사를 만들어냈다. 이를 위해 박진형 아트플랫폼 유연 대표와 서울대 국악과 석박사, 포항공과대학교 AI 박사 등과 함께 작업했다. 효명세자의 한시 350편, 정약용과 김정희의 한시 100여 편을 AI에 학습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3장의 노랫말을 지어내게 했다.
이번 공연은 왕이 궁을 나설 때 연주하는 '출궁악', 행차 중 연주하는 '행악', 궁으로 돌아올 때의 '환궁악', 환궁 이후 베푸는 연향(잔치)에서의 '연례악'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관객의 이해와 흥미를 높이기 위해 연출적 요소를 더했다. 출궁과 환궁, 왕과 백성의 조우 등의 서사적 요소를 도입했다. 또한 왕의 역할을 맡은 무용수가 무대에 올라 행차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70여명의 가객에 우리 연주단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올라 웅장한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며 "궁중음악의 소중한 자원들에 기술과 연출적 요소를 접목시켜 이 시대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