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성능고도화·밀도향상 담당
밸류체인 내재화·수익처 확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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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의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삼성SDI와 로봇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2023년 양사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이후 불과 2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전기차에서 로봇 배터리까지 협력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현대차의 배터리 협력은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의 단독 회동 이후 빠르게 진전됐다. 당시 만남은 양사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첫 공식 논의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협력이 진행됐다. 이는 2년 뒤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이어졌고, 이후 SDV 등 차세대 모빌리티 전반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로봇 산업에선 전용 배터리가 부재한 상태다. 로봇의 구조는 비정형적이며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존 배터리로는 한계가 있다. 규격에 맞는 작은 셀을 적용하면 출력까지 높지 않아, 고성능 로봇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기아와 삼성SDI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통상 60~80㎏ 무게를 고려하면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여 고출력 배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지금보다 에너지 밀도가 4~5배는 향상돼야 2시간 남짓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작업시간을 최소 8시간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 및 성능 고도화를 담당한다. 다년간의 로봇 개발 및 운용 경험으로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통해 배터리 최대 충·방전 성능, 사용시간 및 보증 수명 평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고용량 소재를 개발하고, 설계 최적화를 통한 배터리 효율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기존 대비 대폭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력은 양사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기아의 로봇 사업의 핵심 축인 '로보틱스 랩'과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로봇 상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성능 개선은 필수적인 요소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지만, 물리적인 배터리 지속 시간이 부족해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올해 하반기 웨어러블 로봇과 이동형 로봇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로보틱스랩은 지난해 6월 '팩토리얼 성수' 빌딩에서 딜리버리 로봇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장에 투입하는 등 실질적인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다.
삼성SDI 입장에서도 이번 협력은 의미가 크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중국 저가 배터리의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로봇 배터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로봇 산업이 성장할 경우, 삼성SDI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는 "로보틱스랩의 로봇 기술과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을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로봇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한제 삼성SDI 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현대차·기아와 함께 로봇 시장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게 됐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당사만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최고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