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영향 아래 독립경영체계 강화
장악력 높이고 분위기 쇄신 행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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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체된 성장성'이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순이익 기준 5위에 머물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수익성은 경쟁은행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고, 생명·손해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들도 중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장이 강조한 키워드는 '혁신'이다.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간 협력과 소통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조직 전체가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는 만큼, 이 회장은 중앙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그룹 계열사 CEO들과 함께 신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계열사 CEO들과 주요 부서장들과 함께 그룹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경영전략회의가 유독 주목되는 건 '강호동 체제' 출범으로 그룹 CEO들이 물갈이 된 이후 이뤄진 첫 자리여서다. 지주를 포함해 은행·생명·카드·손해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9개 계열사 중 6곳에서 CEO 교체가 이뤄졌는데, 모두 인사권을 쥐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작용됐다. 작년 CEO 인사와 관련해 농협금융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은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혁신'이다. 농협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에 수익성을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룹 전 계열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농협금융의 작년 순이익(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은 2조8836억원인데, 농협은행 비중이 62%에 달한다. 그룹 2위사인 NH투자증권은 작년 7000억원에 달하는 순익을 거뒀지만 지분율이 57%에 그쳐 상당 규모 그룹 순익에서 제외되는데, NH농협생명·손해보험도 업계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회에 배당하는 농업지원사업비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작년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4300억원에 달했다. 이에 이 회장은 중앙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그룹 자체 수익성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경영 청사진을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고객 신뢰'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은행 등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고객 신뢰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책무구조도를 활용하고, ICT 시스템을 통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