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T 판매 중단·퇴직연금 유출 등 수익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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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ELS 판매가 재개된다해도 신탁수수료 수익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제도 시행 등으로 은행 금전신탁 내 절반 가량이 차지하는 퇴직연금 자금의 유출이 본격화되면서 수익 전방은 어두워지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신탁수수료 이익은 9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0억원 감소했다. 국민은행이 10.8%, 농협은행은 7.2% 감소했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6%, 3.3% 줄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2023년 1518억원에서 지난해 1686억원으로 168억원 늘었다.
은행권의 신탁 수수료 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데에는 지난해 2월 ELT 신규 가입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은행이 신탁 형태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구조는 ELS와 동일하지만, 은행이 운용한다.
ELT는 한때 은행권의 주요 신탁 수익원이었지만, 2023년 하반기 홍콩 H지수 ELS 사태 이후 신규 판매가 중단됐다. 은행권은 해당 상품을 안정적인 신탁으로 포장해서 '안정 성향'의 소비자에게 판매했지만, 대다수의 ELS 상품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자율 배상 기준안을 마련했으며, 5대 시중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지난해 손실 배상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홍콩 H지수 기반 ELT 판매량이 적었던 우리은행은 관련 논란을 피할 수 있었고, 지난해 3월 '100% 완전 판매'를 선언하며 ELT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타 은행들과 달리 신탁수수료 이익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은 ELT 판매를 중단하면서 신탁 수수료 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ELT 판매 중단 이후 은행권의 신탁 수수료 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기존 주요 신탁 상품들의 만기 도래도 신탁 수수료 이익 감소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된 개인연금신탁도 가입자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해지 및 인출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금전신탁 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퇴직연금신탁 역시 유출 흐름이 본격화된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은행권의 퇴직연금 자금은 4611억원 규모가 타업권(증권사·보험사 등)으로 이동했는데, 주로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IRP(개인형)와 DC형(확정급여형)에서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는 은행에 비해 수익률이 더 우수한 퇴직연금 상품이 선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퇴직연금 유출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ELS 판매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은행권이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판매를 재개할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 가능성 검토 △거점 점포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 허용 △은행 내 판매 창구 분리 등 여러 가지 규제 방안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