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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의 적반하장] 신조어 ‘영장 쇼핑’, ‘포럼 쇼핑(Forum Shopping)’ 유통시킨 참 ‘대단한’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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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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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객원논설위원,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영장 쇼핑'이라는 해괴한 용어가 등장했다. '공수처'는 탄생부터 말이 많더니 모든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불러일으키며 수사권 영역까지 논란이 되더니 급기야 영장 쇼핑이란 용어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참 대단한 조직이다.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이란 유리한 재판 관할권을 찾아 재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1조(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제1항의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문에 정면으로 반한다. 민사소송의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하고. 이러한 민사소송의 이상(理想)은 형사소송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하므로 포럼 쇼핑 즉 영장 쇼핑으로 관할 선택권이 남용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형사소송에서 포럼 쇼핑은 특정 법원이나 관할을 선택하여 유리한 판결을 얻으려는 게 목적이므로 법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너무나 크다. 포럼 쇼핑이 허용된다면,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인디언들이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법원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청구를 해도 일반 국민들은 모를 수 있다.

특히 최근 공수처를 둘러싼 영장 쇼핑 사건에서 드러나듯 형사사건에서 수사기관의 포럼 쇼핑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게 만든다. 수사기관이 판사의 성향을 미리 분석한 뒤 특정 법원이나 판사에게 사건을 배당하거나 이송하면 피의자나 피고인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는다.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태도에 따라 재판결과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권리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하지만 포럼 쇼핑의 일종인 공수처의 자의적인 영장 쇼핑이 허용된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게 된다. 특정 법원이 특정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 등을 쉽게 받아들인다면, 해당 수사기관에 찍힌 피의자는 자신도 모르게 불리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될 위험성에 노출되고, 자신의 권한인 피의자의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불공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동일한 사안이더라도 피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혹은 법원과 판사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진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고,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국민들은 이제 3심제가 아닌 5심제를 해도 대한민국 법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결탁에 대한 의문도 당연히 나오게 될 것이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에 수긍하지 않는 의심과 의혹이 대한민국에 가득찰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4조(토지관할)에 의하면 "형사사건은 범죄가 발생한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이 담당하도록 되어있고,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체포영장 청구 및 발부)에 의하면 "영장은 원칙적으로 범죄 발생 지역의 지방법원에서 발부"해야 하며,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수색·검증 영장 청구 및 발부)에 의하면 압수수색 영장 역시 사건발생 지역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특히 공수처의 경우 재판관할이 중앙지법으로 돼 있으므로, 수사 관할도 중앙지법이고, 영장 관할 법원도 역시 중앙지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중앙지법에서 압수수색 영장 등을 기각 당하자, 공수처는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하면 100% 기각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택한 우회로가 주소지인 동부지법이었는데, 이 역시 포럼 쇼핑, 영장 쇼핑에 해당한다.

그리고 공수처가 중앙지법과 동부지법에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자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본인들에게 우호적인 법원과 판사를 물색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영장전담인 서부지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공수처는 밤늦은 시간 서부지원에 급하게 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영장 쇼핑'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공수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체포영장 외에도 압수수색 영장, 통신 영장 등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적이 없느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큰 물의를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중앙지법에 압수수색 영장과 통신 영장을 신청한 사실을 은폐한 것이다.

법원이 기각한 영장을 수사기관이 다른 법원에 다시 청구하고, 재청구를 하면서 그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하고 법원의 신뢰를 훼손하게 만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공수처장에게 물어보고 싶다. "일반 국민도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줄 법원을 쇼핑해도 되나요?"라고.

공수처의 포럼 쇼핑, 영장 쇼핑은 사법부의 권위와 법적 공정성을 해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하며, 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지게 하는 불의(不義) 그 자체다.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소송의 포럼 쇼핑, 즉 영장 쇼핑은 더 나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공수처장이 양심이 있다면 이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류여해 (객원논설위원,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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