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략 넣은 유럽 수정안 부결
유엔서 미-유럽 간 갈등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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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러시아 등 10개국이 찬성하고 5개국이 기권해 결의안은 통과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유럽 국가들의 결의안을 미국이 반대하면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간의 갈등이 유엔에서 표출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3개의 짧은 문단으로 구성된 미국의 결의안은 "분쟁의 조기 종식을 강력히 촉구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지속적인 평화를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전쟁(war)"을 "분쟁(conflict)"으로 대체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이나 주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결의안은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이 지난 주말에 제출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노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미국에 대해 유럽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분쟁"이라는 문구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략"으로 수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여러 개의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수정안들은 부결됐다.
미국은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유엔 총회에서도 동일한 결의안을 제출했다. 유엔 총회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수정안이 가결되면서 미국의 원안이 약화됐으나, 안보리에서는 모든 수정안이 기각되고 미국의 원안이 통과됐다.
국제 분쟁을 연구·감시하는 국제위기그룹(ICG)의 유엔 담당 디렉터 리처드 고완은 "유럽 외교관들이 미국의 행보에 분노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 간 가장 중대한 갈등이라고 평가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