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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이민 문제 더 못참겠다… 獨국민 ‘진보정권’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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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5. 02. 24. 17:25

보수연합 기민·기사당 총선 승리
3년 만에 '보수정권'으로 교체
집권 사회민주당 숄츠, 패배 인정
극우 AfD, 지지율 2배 뛰며 '2위'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연방 총선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이끄는 중도보수 기독민주·기독사회(CDU·CSU)연합이 중도좌파 집권 사회민주당(SPD)을 물리치고 1당으로 올라섰다. 또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지율이 2배로 늘면서 2위로 약진했다.

집권당 SPD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며 "쓴맛을 본 선거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CDU가 22.6%, CSU는 6.0%의 득표율을 기록해 중도보수연합은 28.6%를 차지했다. AfD가 득표율 20.8%로 2위, 집권 SPD는 16.4%로 제3당으로 전락했다. SPD의 현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은 11.6%, 좌파당은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ZDF방송은 전체 630석 가운데 CDU·CSU 연합이 208석, AfD 152석, SPD 120석, 녹색당 85석, 좌파당 64석을 확보할 것으로 집계했다. 메르츠는 가장 유력한 파트너인 SPD와 합계 의석수 328석으로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합산 의석수가 재적 절반(315석)을 넘기면서 두 정당의 좌우 합작 대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메르츠 CDU 대표가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이번 총선은 숄츠 총리의 3당 연립정부(신호등 연정)가 지난해 11월 붕괴하고 숄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예정보다 7개월 앞당겨 치러졌다.
선거전에서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오랜 경기 침체와 이민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메르츠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논란을 일으켰다. 또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에 파열음이 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였다.

독일은 EU 27개 회원국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회원국으로 EU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해 왔으나 최근 몇 달간 프랑스와 함께 국내 정치 불안에 휩싸이며 영향력이 약화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메르츠는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았으나, 선거 막바지에 미국이 트럼프 집권 하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극우성향 AfD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어 메르츠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흔들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메르츠의 집권은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됐다고 평가했다.

메르츠는 지지자들 앞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에 조속히 안정적인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며 "책임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이번 과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2위로 도약한 AfD는 독일 정치에서 점점 더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중동,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유입된 난민 문제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지지층을 넓혔다. 또 이번 선거에서 AfD는 트럼프 행정부의 J.D.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울러 선거 막판 난민 관련 강력 범죄 사건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며 지지율 상승을 노렸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은 숄츠 정부에 대해 큰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식료품 가격 상승과 임금 정체가 주요 불만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독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조차도 메르츠 개인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강력한 정부를 구성해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고 극우 세력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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