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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전세보증금 과세 막차 타자”…월세로 돌리거나 가격 올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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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2. 25. 10:18

내년부터 전세보증금 12억 넘는 2주택자에게 소득세 부과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 빨라질 듯
“세금 부담 세입자에게 전가 가능성 커”
전세금 은행 예치하면 이자소득세 내는데…‘이중과세’ 논란도
납부 고지서
내년부터 전세보증금이 12억원이 넘는 집을 세놓은 '고가주택'(기준시가 12억원 초과) 2채 보유자도 임대소득세을 내야 한다.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부동산 세금 고지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한 A씨는 최근 세놓고 있는 잠실동 아파트의 새 임차인을 구하면서 기존 보증금 12억1000만원짜리 전세를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렸다. 보증금을 7억원으로 내리고 월세 200만원을 받기로 했다. 내년부터 기준시가(공시가격) 12억원(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가 12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받을 경우 소득세를 내야 해서다. A씨는 "예금 금리가 높지 않아 전세보증금을 조금 더 높여 은행에 예치해도 큰 이득이 없다"며 "차라리 월세를 받아 세금(임대소득세) 내는 데 보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세보증금이 12억원이 넘는 집을 세놓은 '고가주택'(기준시가 12억원 초과) 2채 보유자도 세금(임대소득세)을 물게 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 강화가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을 부추겨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도 과세… 내년부터 본격 시행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앞으로 전세보증금이 12억원이 넘는 집을 세놓은 2주택자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시행 시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시행령 개정안은 기준시가(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2주택자에 대한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을 '전세보증금 합계 12억원 초과'로 정했다. 전세보증금을 하나의 소득으로 보고, 간주임대료로 계산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월세 임대와의 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을 확대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월세는 그동안 과세 대상자를 넓혀 왔는데 전세는 그러지 못해 불균형이 나타난 데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월세 경우 현재 2주택자부터 임대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고가주택(기준시가 12억원 초과)은 1주택자라도 월세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전세의 경우 3주택자 이상부터 전세보증금에 대해 간주임대료로 과세하고 있다. 2주택자는 현재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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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택자는 현재 전세보증금에 대해선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보증금이 12억원이 넘는 집을 전세놓을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연합뉴스
간주임대료는 임대인(집주인)이 세입자에게서 보증금을 받았을 때 일정 금액의 임대 수입을 올린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금액이다. 쉽게 말해 전세(월세)보증금에 대해서도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보증금에서 3억원을 제한 금액의 60%에 대해 이자 상당액(정기예금이자율, 현재 기준 3.5%)를 곱한 금액을 임대료 수입으로 간주해 산정한다. 정부는 통상 전년도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고려해 1년에 한 번 이자율을 조정하고 있다.

주택 임대소득은 세법상 '사업소득'으로 간주해 수입이 발생한 다음해 5월 1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고가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한 채를 전세 놨을 때 보증금이 12억원을 넘어섰다면 내년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를 이듬해인 2027년 5월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때 쯤이면 2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 이슈로 한바탕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세무업계 전망이다.

◇월세 전환 가속화… "세입자들이 세금 부담 떠안을 듯"

시장에선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져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2주택 보유자들이 세금 혜택이 줄어드는 전세보다 월세로 임대 계약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집주인이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세 물건 자체가 많지 않은 임대차 시장에서 2주택자로 전세만을 둔 집주인들이 전세금은 올리지 않은 채 세금의 상당부분을 월세나 반전세 형태로 충당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책 의도와 반대로 임차인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임대소득세를 내야 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월세 등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 강화에 따른 피해를 세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임대소득세가 더 나오면 그만큼 임대료를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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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범위 확대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범위 확대가 매매 거래와 민간 임대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던 사람들이 투자를 보류하고, 이는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전세의 공급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간주 임대소득 과세가 전세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은 소형이라도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이 많아서 웬만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며 "월세뿐만 아니라 전세까지 과세를 강화하면 주택을 매입해 전세 놓으려던 사람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업계에선 이중과세 논란도 일고 있다. 한 세무사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다른 주택 구입에 사용해 매매 차익을 얻으면 양도소득세를 내고 은행에 맡기거나 주식 투자에 쓰면 이자·배당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세무사는 "전세보증금은 기본적으로 소득이나 자산이 아니라 전세 기간 종료 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채무로 봐야 한다"며 "집주인에겐 차입금인 보증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채에 과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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