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 극우 봉쇄선 붕괴
|
2013년 창당해 그해 총선에서 득표율 4.7%로 원내에 들지 못했던 AfD는 이번 선거에서득표율 20.8%로 제2당에 오르게 됐다. 직전 선거인 2021년의 득표율 10.4%와 비교해 2배로 증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AfD의 총선 성적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극우 정당이 거둔 최고 성적이라며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표현했다.
유럽에서 한때 변방 단체였던 극우 정당은 이민, 문화적 정체성, 과거 세대의 정치적·경제적 정통성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목받았고 주류에 근접하게 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극우 정당이 의회 연정을 구성하는 것을 막는 '봉쇄선'이 무너졌다.
알리체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23일 승리를 자축하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사회민주당(SPD)이나 녹색당과 연합해야 한다면 그의 승리는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피로스 왕이 로마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자신의 군대가 거의 괴멸돼 전쟁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
바이델 대표는 다음 선거에서 CDU를 제치고 제1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가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감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같은 극우의 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시카 베를린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 연구원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어정쩡한 기성 정당 연합은 AfD의 포퓰리즘에 불을 지필 수 있다"며 "만약 우리가 또 다른 대연정을 구성하면 거기서 진정한 용기가 발휘돼야 하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침체된 경제와 부족한 인프라를 부양하고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자국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등 가장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선거 기간 동안 이민 문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는데 내 동료들은 AfD가 무슬림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의 본국 송환 요구를 옹호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